지자제 당리 얽혀 문전 진통/30년만에 실시… 왜 잘안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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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론만 합의 각론에는 이견/대선 전초전 인식 줄다리기/“유세방법 절충따라 돌파구” 서로 낙관
민자당과 평민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키로 하고 협상을 벌여왔던 지자제관련 선거법이 타결시한을 앞두고 막바지 진통을 하고 있다. 민자·평민 양당의 지자제선거법 6인 실무협상대표들은 그 동안 12차례의 회담을 통해 지방의회 의원선거법과 자치단체장선거법의 법조문을 거의 만들었는데 선거구·비례대표제·선거운동방법 3가지 쟁점에서 막히고 있다.
여야가 지난달 17일 원내총무회담에서 91년 상반기 지방의회선거,92년 상반기 자치단체장선거 실시에 합의함으로써 30년 만에 지자제실시라는 총론에는 매듭이 이미 났다. 그럼에도 이토록 진통을 겪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각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민자·평민 양당의 정파적 이해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첫 회합을 가진 여야 6인 실무협상 대표들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풀어 나가는 수순을 통해 ▲기초의회 선거구 ▲선거권과 피선거권 ▲선거비용과 기탁금 ▲후보자등록 ▲투개표 및 당선자확정 ▲재선 및 보선절차 ▲선거쟁송 및 벌칙 등에는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민자·평민 양당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광역의회선거구 ▲비례대표제 도입여부 ▲선거운동 방법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좀처럼 타협의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자·평민 양당은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총무회담을 가진 데 이어 4일 오전에는 양당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3역회담을 열고 정치적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광역의회선거구 문제.
민자당은 정부와의 당정협의를 거쳐 1구1인씩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확정,이를 관철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평민당은 광역의회에서 1구2인을 뽑는 중선거구제와 국회의원 전국구처럼 광역의회의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면 영·호남 지역분점의 골이 더 깊어지니 여야동반 당선이 쉬운 1구2인제를 채택하자는 것이다.
평민당의 속셈은 소선거구제의 경우 호남을 석권하게 되지만 지역당 신세를 면할 길이 없고 중선거구를 해야 비호남권에도 동반당선을 통해 발판을 마련,대통령선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평민당이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여성 등 직능대표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앞으로 총선·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계 지지계층의 확대포석과 자금동원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는 민자당이 워낙 완강해 평민당도 낙관 못 하고 있다. 그 대신 평민당은 선거운동 방법에서 대가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민자당은 선거공영제를 전제로 정당의 지방선거개입 범위를 될 수 있는대로 좁히려는 것이고 평민당은 김대중 총재의 활동범위를 가능한 한 확대,다음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평민당은 정당연설회·합동연설회·개인연설회 등을 모두 허용하고 TV·라디오 등을 통한 매스컴활동도 최대한 보장하며 현역의원의 경우 전국 어디서나 선거지원활동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김대중 총재가 전국을 누비게 하자는 말과 똑같다.
때문에 민자당은 국회의원도 일반인과 똑같이 선거운동원으로 선관위에 등록해야 하며 연설회도 개인연설만 허용하고 매스컴은 지자제단체장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으나 평민당은 민자당이 선거운동 방법에 융통성을 보일 경우 광역의회 의원선거구도 소선거구제로 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전의 여야중진회담이 정치적 절충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조기타결을 낙관하고 있다.
민자당은 평민당이 내년 봄에 진정으로 지방의회선거를 원한다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한계를 잘 알 것이라고 느긋해 하고 있으며,평민당은 여야합의로 이끌어낸 30년 만의 지자제실시는 국민들에 대한 약속이고 이를 늦출 경우 정부·여당의 지자제실시에 대한 진의를 의심받게 되는 어려움을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4일 연쇄적으로 열리는 중진회담의 막후절충 결과에 따라서는 극적인 타협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박병석 기자>
□지자제선거법 중요 합의사항
●피선거권
△피선거권:▲의원 만25세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만30세
▲광역단체장(특별시·직할시장·도지사) 35세
●의원접수
△기초의회:▲읍,면,동단위 인구2만 기준으로 하고 2만초과시
1명씩 증원
▲하한선 7명,상한선 45명
△광역의회:인구 30만명 기준으로 하고 20만명 초과시 1명
추가
▲하한선 대전·광주 23명,제주 17명
●입후보자 등록요건
△정당공천:공천장 첨부
△무소속:▲시·도 의원 2백∼3백명
▲시·도지사 1천5백∼2천명
▲시·군·구 의원 50명∼1백명
▲시·군 구청장 3백∼5백명의 추천,단 선관위 배포
추천장
●입후보자 기탁금
▲시·도지사 후보:3천만원
▲시·군·구청장 후보:1천만원
▲광역의회의원 후보:7백만원
▲기초의회의원 후보:2백만원
●벌칙금:징역형은 현행대로,벌금은 배로 인상. 당선무효 현행
벌금 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인상
●기호표기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
▲국회의석을 갖지 않은 정당
▲무소속의 순서. 정당은 의석순,의석 없는 정당은 정당이름,
무소속후보는 후보자 성의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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