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 겨울방학 수강생 모으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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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사회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1∼2년 전부터 방학특강 프로그램을 수강하려는 청소년들이 줄기 시작, 올 여름에는 폐지되는 프로그램이 속출할 만큼 인기가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올 겨울에는 거의 「전멸상태」까지 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청소년단체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YMCA 「청소년 아카데미」는 86년 겨울의 경우 3백∼4백 명의 수강생들이 3기로 나눠 수강할 만큼 인기를 끌던 프로그램. 그러나 지난해에는 예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접수해 1개 반을 운영하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Y의「노래 아카데미」나 「청소년 생활문화클럽」도 이와 비슷한 상태.
서울 YWCA도 3∼4년 전에는 20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모두 선착순으로 마감해야할 만큼 수강생이 몰렸으나 지난해에는 수강 적정인원의 절반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 속출하고 올 여름 연극학교에는 1백 명 모집에 10명만 접수하는 사태도 생겼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급격히 숫자가 줄어든 분야는 「청소년 캠프」.
야외에서 공동생활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계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캠프는 참가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흥사단아카데미의 올 여름 「자기진단 캠프」는 참가자 부족으로 취소되고 역사기행 캠프만이 고작 15명이 참가한 채 진행됐다.
이같이 사회단체의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가자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88년 과외허용·학원수강 자율화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
서울 YMCA 이승정 간사는 "과외양성화 조치 이후 거의 대부분의 중·고생들이 2∼3개 이상의 과외를 하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낼 수 없어 방학특강을 듣기 힘들다고 호소해오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특히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교생의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서울 YWCA 오경혜 간사도 "프로그램 진행 중에 빠져나가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경우 대부분 과외와 학원수강 등을 위한 것 같다"고 말한다.
최근 1∼2년 사이의 이런 추세에 따라 각 사회단체들은 청소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각 프로그램의 수강인원 숫자를 3분의 1 내지 절반정도로 축소하고 수강기간도 대폭 줄이고 있는 실정. 또 수강 대상자도 고등학생은 아예 포기한 상태로 중학생이하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나 중학교 졸업예정자와 같이 그나마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층을 집중적으로 공략 (?)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청소년 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지금과 같은 교육제도·입시제도 하에선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청소년 지도육성회에서 10년 넘게 청소년들을 지도해온 정병국 간사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문화적인 경험과 공동생활을 통해 사회성과 꿈을 길러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로부터 봉쇄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사회단체들이 실시하는 방학특강과 캠프는 별표와 같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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