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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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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나는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수를 재반등시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존재, 1990년대 생이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나도 내 친구들도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의 삶에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는 친구는 남녀를 막론하고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지금의 출산율을 보면 그다지 특이한 경험인 것 같지도 않다. 2022년의 서울 합계출산율은 0.59다.

그리고 무엇이 등장했는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라는 논의가 등장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또 한 번 놀란다. 그 관계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비용을 보니 ‘월 100만원 가사도우미제’라고 한다. 100만원이라니, 그럼 그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찝찝함을 떨쳐내기 힘들다. 이 찝찝함의 근원은 무엇인가.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돌봄이 돌보는 세계』(2022)에서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는 이렇게 쓴다.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 단가는 개선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은 점차 인격권마저 상실한 ‘하인’의 위치로 전락하고 있다. 돌봄노동의 전 지구적 재분배는 돌봄을 둘러싼 국가, 계급, 젠더, 인종 간의 불평등을 강화한다.” 돌봄은 숙련도가 필요하며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중요성을 인정받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집에서 아이를 기르고 가사를 돌보는 주부부터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돌봄이 필요하기에 돌봄은 사회 전체의 문제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실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돌봄에 대한 인정과 존중 없이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무엇이 해결되겠는가, 다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