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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실패에서 새로운 게 나온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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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21면

진화사고

진화사고

진화사고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
신희라 옮김
흐름출판

저자 다치카와 에이스케는 건축학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방사선 폐기물 관리’ 같은 정책도 디자인하는 혁신가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일본관의 크리에이터를 맡은 일본의 공인된 ‘아이디어 뱅크’.

그에게 창의적 발상은 하늘에서 주어진 선물이 아니다. “배울 수 있는 기술”이며 그 원천은 자연이다. 『진화사고』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히 다윈의 『진화론』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스피커가 1㎝ 코퀴청개구리처럼 진화하면 귓속에 쏙 넣을 수 있는 소형 이어폰이 된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팔다리가 없는 뱀 같다. 변량(變量), 의태, 소실, 증식, 분리, 교환 등 자연의 진화에서 발견되는 9가지 우연한 변이의 패턴은 창의적 발상의 디딤돌이 된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변이’에 대한 태도다. 변이는 흔히 실수나 실패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그러나 변이가 있기에 종(種)은 분화하고, 자연은 더 풍요로워진다. 창의적 발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합성 연구자 시리카와 히데키는 촉매제를 1000배 잘못 넣은 우연한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우연한 변이를 흘려보내지 않고 관찰해 분석하고 맥락을 연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자이너가 쓴 책답게 200장의 도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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