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열섬 현상 줄일 '물 먹는 벽돌' 개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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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간세라믹의 점토벽돌을 반으로 갈라 본 내부 형태

얼마 전 TV에서 김장김치의 숙성도를 김장독과 플라스틱 그릇으로 비교한 적이 있다. 김장독은 김치를 숙성시키는 미생물들이 숨을 쉴 수 있게 공기가 순환되는 것으로 묘사됐고, 플라스틱 그릇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당연히 맛에서 차이가 났다.

김장독에서 발전한 모델이 김치냉장고다. 오래된 것의 흔적을 유심히 지켜보노라면 뭔가 현대 문명에 적용할 만한 소재가 찾아지기 마련이다. 하찮아보이는 벽돌에 과학을 그려넣는 사람들이 있다. 점토벽돌업체 공간세라믹 기술연구소다.

공간세라믹은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최근 물먹는 점토벽돌을 내놨다. 이 벽돌은 일반 블록과는 달리 보도 위로 떨어지는 빗물을 저장해 보도의 물 넘침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이 점토벽돌에 숨어있는 과학은 외관상 일반 블록과 동일하지만 벽돌 한 장당 내부에 직경 0.35㎜인 구멍이 38개가 있다. 공간세라믹의 특허기술이다. 이 구멍을 통해 물의 상승력과 하강력이 균형을 이뤄 수분을 일정시간 가둬둘 수 있는 원리다.

공간세라믹의 점토벽돌은 도시의 열섬 현상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공간세라믹 기술연구소가 보도블록의 표면온도를 측정한 결과 오후 2시부터 3시 점토 벽돌의 표면온도가 일반 벽돌에 비해 평균 섭씨 2도 정도 낮게 측정됐다. 일본의 경우 2003년부터 수분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도로 포장재에 대해 열섬 완화 정도를 점검하는 '간쿄-호소 도쿄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열과 물에 이어, 점토벽돌은 소리까지 잡는다. 요즘 고속도로 주변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 아크릴 방음벽의 경우 소음원을 그대로 반사해 소음 저감 효과가 적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석면 제품의 경우 흡음력은 높지만 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흠이 있다.

공간세라믹의 점토벽돌로 만들어진 흡음 패널에는 입사된 소리가 물질의 특성에 따라 부딪히고 반사되는 사이에 소리의 에너지 대부분이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감소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공간세라믹 조백일 대표는 "점토벽돌은 흙을 소재로 한 친환경적인 제품일 뿐 아니라 생활에 편리함과 유용함을 더하는 첨단 기능을 지닌 벽돌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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