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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매킬로이 너마저 '결국 돈이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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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하는 매킬로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선 심정을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하는 매킬로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선 심정을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골프의 대표 수식어는 ‘신사들의 스포츠’다. 심판이 없다. 선수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며 플레이하고 자기 점수를 적어 제출한다. 선수들이 정직하고 품위 있는 신사가 아닐 경우 성립할 수 없는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 애호가들은 예의범절과 윤리도덕까지 따진다. 이런 골프계를 대표하는 조직이 PGA(프로골프협회)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LIV라는 골프대회를 만들고 거액의 상금으로 선수들을 끌어들이자 PGA가 거세게 반발했다. ‘인권탄압국가의 돈질에 넘어갈 수 없다’는 자존심이었다.
당시 LIV를 앞장 서 비판한 선수가 로리 매킬로이다. 북아일랜드 어촌마을 출신 매킬로이의 골프사랑은 순박하고 직설적이었다. 톱클래스(세계 3위) 선수인 동시에 PGA 정책위원으로 영향력도 컸다.
그런데 PGA가 6일 ‘LIV와 통합하기로 국부펀드와 합의했다’고 깜짝발표했다. 밀실협상으로 오일머니가 골프계를 접수한 셈이다. 대다수 선수들이 반발했다. 그래서 7일 매킬로이 기자회견에 시선이 집중됐다.
“어차피 그리 될 일이란 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나는 여전히 LIV를 싫어한다. 그러나 개인을 떠나, 길게 보자면, 프로 골프계를 위해 좋은 일이다…결국은 돈이 말한다.”
착잡한 심경이 느껴진다. PGA의 돌변이 ‘위선적’이라 인정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스포츠에 돈 쓰기로 작심한 상황에서, 그 돈이 골프발전에 잘 쓰여지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자기위안이다. 당연히 프로골퍼들의 돈벌이엔 도움이 되겠지만 골프애호가들의 자부심엔 이미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