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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무감찰 안 받는 게 헌법적 관행” 감사원 “감사 거부 엄중 대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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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05면

자녀 특혜 채용 논란으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동시에 면직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긴급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즉각 “법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며 고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긴급 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선관위는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게 헌법적 관행”이라며 “국회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을 ‘행정기관’으로 한정한 헌법 제97조를 근거로 들었다. 선관위가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인 만큼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선관위 인사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 제2항도 제시했다.

감사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법 제51조 규정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고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감사원은 감찰 제외 대상을 규정한 감사원법 제24조에 선관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내부 인사 감사를 진행해야 할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모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면직된 것도 감사를 진행해야 할 이유라고 주장했다.

두 기관이 정면 대결하면서 지난해 대선 때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불거졌던 선관위와 감사원의 충돌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선관위는 지난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를 소쿠리와 라면 박스 등에 담아 수거하는 등 부실한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에도 감사원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감사에 나섰지만 선관위는 같은 이유로 감사를 거부했다.

국민의힘도 선관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선관위는 감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권한 자체가 없다”고 했고,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감사원법조차 오독해 조사 기관을 쇼핑하듯 고르는 건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권익위의 경우 전현희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고 국회 국정감사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결국 내 편에게만 감사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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