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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1시간 콜센터 근무중 뇌출혈…고혈압 있었으니 산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고, 주 평균 근무시간이 41시간인 콜센터 노동자에게 발생한 뇌출혈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연합뉴스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고, 주 평균 근무시간이 41시간인 콜센터 노동자에게 발생한 뇌출혈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연합뉴스

주 41시간 일하던 콜센터 근무자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평소에 고혈압이 있던 사람이었다. 무인 주차장 안내 콜센터에서 저녁시간대 근무하며 감정노동을 했다. 이 사람의 뇌출혈은 업무와 연관된 질병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과로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본 서울고법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콜센터 업무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기저질환을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감정노동이 혈압에 악영향”1심, “평소에 혈압 높아” 2심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A씨는 2018년 2월부터 한 무인주차장 안내 콜센터에서 석간조(오후 2시~오후 11시) 업무를 맡아 일하다 그해 9월 근무일에 쓰러져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라고 판단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두 차례 이를 거절했고, A씨는 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뇌출혈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감정노동자에 해당해 업무 자체가 정신적 부담을 줬고, 별도 휴게시간이 없이 상시 대기상태인 업무형태는 육체적으로도 부담이라 혈압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콜센터 업무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에 어렵고, 또 그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근무 시간도 ‘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A씨가 연속 4일 근무하던 중 뇌출혈이 생겼지만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없었다”며 “평소에 혈압을 잘 관리하지 않아 뇌출혈이 발생했고,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혈압을 높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업무상 재해 지나치게 좁게 봤다”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장기간 담당하며, 그로 인한 높은 수준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상당기간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기저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으로 악화한 결과라는 2심의 판단도 뒤집었다.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고, 기저질환이 있는 A씨를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민원상담 업무에 배치하는 등 위험요인을 미리 관리하지 않은 회사의 책임도 짚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질병 사이 관계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인정되는 기존 판례의 연장선”이라며 “기저질환이 있고 근로시간이 52시간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업무상 재해의 관계를 지나치게 좁게 본 원심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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