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씨름「프로독립」고된 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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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축구와 씨름이 프로의 독립을 둘러싸고 협회와 프로 구단간에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 대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프로와 아마가 총 출전, 올해 성인축구의 최고봉을 가리는 제45회 전국 축구 선수권 대회 (12월3일 개막)는 협회가 대회참가 신청을 연기하는 편법까지 동원, 프로팀의 출전을 유도했으나 대우를 제외한 럭키금성·현대·포철·유공·일화 등 프로독립을 지지하는 5개 구단이 끝내 불참해 반쪽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올 민속 씨름을 마감하는 제53회 전국 장사 씨름대회도 독자적인 운영을 주장하는 현대·일양약품·조흥금고·럭키금성 등 4개 씨름단이 대회참가를 거부했다 번복하는 등의 혼선으로 인해 대회가 난장판이 되었다.

<축구>
대회참가 신청을 연기, 26일 마감한 전국 축구 선수권대회는 실업 및 대학의 강호 25개 팀이 모두 출전을 신청했으나 끝내 프로 5개 구단이 불참함으로써 대회권위에 먹칠을 하게 됐다.
축구협회는 아마 팀 만이 출전했던 전국 선수권 대회를 지난88년부터 총 상금 1억 원을 내걸고 프로와 아마가 모두 출전, 국내축구의「왕중왕」을 뽑는 대회로 격상시켰으나 올해 대회에는 상금을 없앤 데다 프로에 시드(16강)를 배정한데 대해 불만을 품은 실업 및 대학팀들이 대거불참, 초반부터 파행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30일 마감한 참가 신청에는 프로 6개 구단을 비롯, 실업2·대학9개 등 17개 팀 만이 출전했으나 돌연 프로 5개 구단이 실업·대학의 강호들이 빠졌다는 이유로 참가를 번복, 유산위기를 맞았다.
이에 당황한 협회는 대회참가 신청을 연기, 출전을 종용한 결과 전 실업팀과 연·고대를 비롯한 대학 강호들이 모두 참가했으나 프로 5개 구단은 끝까지 불참을 고수했다. 럭키금성은 내년1월 대국에서 열리는 킹스 컵 대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출전을 거부했으며 나머지 4개 구단은 선수들이 휴가중이라는 아리송한 이유로 불참한 것.
그러나 이 같은 프로구단들의 움직임은 프로 위원회의 독립을 위한 세(세) 과시로 협회에 대한 정면도전 이라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축구 인들은『협회가 프로구단들에 끌려 다니고 있다』면서『결국 원칙을 무시한 협회의 결정이 스스로 무덤을 판결과』라며 협회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협회는 내년 대회부터는 원래대로 프로를 제외한 아마 팀들만이 참가토록 바꾸기로 했다.

<씨름>
전북 이리에서 26일 개막된 제53회 전국 장사씨름대회는 새로 출범할 민속씨름 협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씨름 인들의 다툼으로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26일 금강장사 경기가 벌어진 원광대 체육관에는 관중이 1백 명도 채 안되었으며 개막식은 커 녕 안내 방송도 없는 가운데 경기만 치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번 사태는 씨름협회에 1천2백 만원을 내고 주최 권을 산 이익신보사가 대회무산과 개최가 엇갈리는 과정에서 중계사인 KBS가 중계를 포기하자 대회주관을 중단함에 따라 발생했다.
당초 이익신 보사는 지역주민들에게 경기와 함께 민속공연과 가수초청공연이 있다며 3만 여장의 입장권을 팔았으나 4개 씨름단의 대회참가 거부로 대회 개최가 무산될 위기에 몰리자 모두 환불해 주고 대회 주관을 포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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