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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도 줄이고 ATM도 줄이는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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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이 점포 수를 줄이며 오프라인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365일 코너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자동화 서비스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점포는 총 5800개로, 1년 전(6094개)보다 311개 감소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14.5%(989개) 감소한 숫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동안 은행권은 점포 수를 과도하게 줄여 금융 소비자의 불편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제는 어려움이 단순히 고령 고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연령층의 고객이 이용하는 365코너와 ATM 등 자동화 서비스 창구가 더 빠르게 감소했다. 365코너는 은행이 점포 출입구 근처에 현금자동지급기(CD)기와 ATM 등 자동화기기를 설치해 매일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전국 은행의 365코너는 전년 대비 247개 줄어든 4995개였다. 5년 전 대비 18.2% 감소했다.

전체 ATM 개수도 2만9451개로 5년 전과 비교해 27.5% 줄었다. 그동안 은행권은 점포 폐쇄의 대체 수단으로 ATM 설치를 들어 왔지만, 실제로는 ATM이 은행 점포보다 더 빠르게 감소했다는 의미다.

365코너·ATM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은행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다. 은행이 임대료·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점포를 없애는 상황에 365코너는 유지할 유인도 적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ATM을 과거처럼 많이 운영하기에는 유지비용 절감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ATM보다 더 많은 업무를 볼 수 있는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Smart Teller Machine)를 점포 축소의 대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STM은 영상통화나 신분증 스캔 등을 거쳐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 발급, 온라인 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약 80%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STM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고령층은 은행원의 근무를 요구한다”며 “STM은 점포 폐쇄의 대체 수단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2일 개최한 “ATM을 점포 폐쇄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으나, 대체 수단으로는 앞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융위는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 고객이 겪을 불편과 피해에 대해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폐쇄 점포 고객의 예금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대출 이자 할인을 부여하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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