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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국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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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국뽕은 국가와 필로폰(Philopon·일명 히로뽕)의 합성어로 2010년대 들어 쓰이기 시작했다. 이걸 맞으면 모든  ‘K레이블’의 성공이 내 것인 양 “가슴이 웅장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두유노 클럽’의 활약은 보면 볼수록 중독된다. 두유노(Do You Know) 클럽이란 외국인도 알만한 한국 인재(가령 김연아·손흥민·BTS·봉준호 등) 리스트를 뜻한다.

애국심이나 국수주의와 뉘앙스가 다른 건 이 경험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뽕의 반대말이자 쌍생아인 ‘국까’(자국혐오)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 현상은 하나로 봐도 좋을 정도로 공생 관계다. 물론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에나 수요가 있다.

한국형 국뽕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외국인의 시선, 그들의 인정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국 최고”를 외치는 다국적 콘텐트, 다국적 크리에이터가 급증하는 이유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자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한다고 하지만, 타깃은 한국인이다. 한국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손뼉만 쳐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여기까지는 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눈길을 끌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장치에 손을 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국뽕 코인’을 타기 위해 외신 보도를 조작하거나 타국과 비교하며 혐오감을 조장한다.

몇 년째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해외에서 한식 팔기 예능에서도 국뽕은 빠지지 않는다. 손님들이 김치 그릇을 비워내며 전하는 한국 예찬이 재미 요소다. 칭찬은 100% 전달되지만, 비판은 대부분 편집되기 때문에 현실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무시된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장사천재 백사장’도 이 장르에 속한다. 요식업계의 거물, 백종원이 모로코에서 72시간 만에 식당을 차려 한식의 우수성을 증명해야 한다. 타 프로그램보다 현실적인 자영업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동화 같은 식당차리기 예능에선 한 걸음 나갔다. 하지만 분쟁지역인 서사하라 표기 논란, 기도 장면에 대한 코멘트로 방송 2회 만에 구설에 올랐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엔 예민하지만, 타문화 수용에는 여전히 투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