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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거절 당하자, 흉기 들고 왔다…뺨 맞는 공무원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청한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읍사무소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가 붙잡혔다.

강원도청 민원실에서 경찰이 악성 민원인을 체포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청 민원실에서 경찰이 악성 민원인을 체포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세종시와 세종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6분쯤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에서 민원인 A씨(48)가 흉기를 휘둘러 공무원 B씨(33·여)와 C씨(48)가 손을 다쳤다. 사회복무요원(25)은 A씨 손가락에 눈을 찔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B씨와 C씨는 큰 상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어렵다" 답변에 흉기 들고 달려와 

조사 결과 A씨는 전화를 걸어 생계의료·주거급여를 신청했지만 “심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을 듣고 흉기를 들고 달려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A씨를 체포한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사고를 비롯해 최근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중상을 입고 휴직을 신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충남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이 벨을 누르면 인근 파출소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진호 기자

지난해 12월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충남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이 벨을 누르면 인근 파출소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시 영인면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에너지 바우처를 신청하기 위해 찾은 50대 민원인이 창구를 넘어가 직원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민원인은 직원이 “먼저 접수된 민원을 처리한 뒤 업무를 처리해드리겠다”고 말하자 갑자기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안에선 50대 민원인이 공무원 뺨 후려쳐 

지난해 12월 9일에는 충남 천안시 직산읍행정복지센터(읍사무소) 민원실에서 여권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자신을 말리던 공무원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은 다른 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은 여권을 들어 보이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당시 폭행을 당한 공무원은 일을 시작한 지 1년 정도의 새내기로 충격을 받아 사흘간 병가를 내기도 했다. 직산읍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은 경찰에 잡혀간 민원인이 또다시 찾아올지 몰라 가슴을 졸이며 근무했다.

민원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인 남성이 자신의 차량을 몰고 충남 아산시청으로 돌진한 모습. [중앙포토]

민원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인 남성이 자신의 차량을 몰고 충남 아산시청으로 돌진한 모습. [중앙포토]

천안시는 최근 직원들에게 녹음 기능이 부착된 공무원증 케이스를 지급했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는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녹음기는 공무원증을 넣어 목에 거는 형태로 제작됐다. 비상시 버튼을 누르면 최장 6시간까지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천안시는 이달 말까지 시청과 2개 구청은 물론 읍·면·동 민원실 34곳에 모두 91개를 배부할 예정이다.

악성 민원에 이직·사직하는 공무원 늘어

지금까지 악성 민원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공무원은 참고 지나가거나 개인적으로 사법기관에 고소하면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처럼 악성 민원이 증가하면서 젊은 직원들이 중앙부처 등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편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9년 3만8000건에서 2020년 4만6000건, 2021년 5만2000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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