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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협박하면 바로 녹음…악성 민원인 대응 나선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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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 설치된 비상벨. 신진호 기자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 설치된 비상벨.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는 최근 직원들에게 녹음 기능이 부착된 공무원증 케이스를 지급했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는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녹음기는 공무원증을 넣어 목에 거는 형태로 제작됐다. 비상시 버튼을 누르면 최장 6시간까지 녹음할 수 있다. 천안시는 이달 말까지 시청과 2개 구청, 읍·면·동 민원실 34곳에 모두 91개를 배부할 예정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녹음신분증 케이스 도입은 민원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9일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읍사무소)에서 50대 남성 A씨가 고함을 지르고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은 여권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남성은 자신을 진정시키는 20대 공무원 뺨을 후려쳤다. 충격에 공무원은 2~3m 나가떨어졌다.

전국 자치단체가 민원 담당 공무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충남도는 민원실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감시 카메라(CCTV)와 비상벨·녹음 전화를 설치했다. 휴대용 보호장비(웨어러블캠)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비상대응팀을 구성, 매년 2차례씩 경찰과 대응훈련도 할 방침이다. 경기도 의왕시·평택시·가평군 등도 웨어러블 촬영기기를 도입했다. 목에 걸고 사용하는 이 기기는 주로 행정복지센터 등 민원 담당 공무원에 보급됐다. 촬영 기능을 탑재한 기기인데 상하·좌우 360도 촬영이 가능하고 대화도 녹음된다.

충북 충주시는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폭행이나 폭언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민원인은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업무와 관련해 민원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1000만원)도 지원한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6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6개월간 민원인에게 시달리다 퇴직한 적도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 위법 행위는 2019년 3만8000건에서 2020년 4만6000건, 2021년 5만2000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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