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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조 나눠 음료 건넸다…'대치동 학원가 마약테러' CCTV 입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일당과 이를 지시한 인물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용의자 중 한명인 여성은 학원가의 길거리에서 음료수와 관련 책자 등을 들고 지나가는 한 학생에게 접근했다. 이후 한참동안 학생을 붙잡고 뭔가를 설명했고, 자리를 뜨는 학생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로 추정되는 물건을 건넸다. 이 학생은 용의자와 헤어진 뒤 음료 병을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또 다른 CCTV 영상에는 용의자 두 사람이 함께 음료수 여러개가 든 상자를 들고 인근을 걸어다니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확인된다. 현재까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만 6명에 달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오전 1시 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음료수를 나눠 준 용의자 4명 중 1명을 검거했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쯤 언론 보도를 보고 다른 남성 피의자 1명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나머지 2명은 추적 중이다.

검거 된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보고 연락을 했는데, 시음 음료를 나눠주는 일을 하라고 지시해 했을 뿐이다.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음료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 및 용의자들이 2명씩 2개조로 나뉘어 음료를 나눠준 정황을 토대로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다른 주범이 있을 걸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오전 강남서 등에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을 상대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 중”이라고 속여 마약 성분이 든 액체를 마시게 했다는 신고가 2건 접수됐다. 경찰은 피해 신고가 접수된 고등학생들에 대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한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엑스터시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학원가 일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면서 용의자들의 신원 파악을 시도하는 한편, 강력 4개 팀을 동원해 동선을 추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40대 남성, 20대 여성 각 1명씩 1개조와 40대 여성 2명 1개조 등 총 2개조로 범행했다.

이들이 피해학생들에게 제공한 음료수병에는 상표처럼 보이는 ‘메가 ADHD’라는 글자와 함께 유명 제약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피해 학생들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았고, 부모에게 연락해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장소 인근 학원가에서 만난 한 학생은 “평소 약국에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을 사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엊그제도 학교 앞에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나눠줬고, 인스타그램에서도 광고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재 총 6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해 수사 중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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