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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둥이 흔들렸다…나폴리, 김민재 부진 속 AC밀란에 완패

중앙일보

입력

AC밀란 공격수 살레마케르스(56번)가 득점 직후 환호하는 장면. 뒤로 난감해하는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맨 왼쪽)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AC밀란 공격수 살레마케르스(56번)가 득점 직후 환호하는 장면. 뒤로 난감해하는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맨 왼쪽)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후반 도중 교체돼 벤치로 향하는 김민재(27·나폴리)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잇단 실수와 실점, 그에 따른 자책감이 맞물리며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축구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유럽 진출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3일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AC밀란과의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홈 경기에서 4실점(0-4패)하며 경기를 마쳤다. 나폴리가 올 시즌 4실점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재는 눈에 띄는 두 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0-1로 뒤진 전반 25분 추가 실점 장면이 뼈아팠다. 상대 크로스를 김민재가 머리로 걷어냈는데, 공교롭게도 상대 공격수 브라힘 디아스 발 앞에 떨어졌다. 디아스의 슈팅을 막기 위해 김민재가 몸을 던져봤지만, 볼이 다리를 맞고 굴절돼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AC밀란의 하파엘 레앙이 득점 직후 환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AC밀란의 하파엘 레앙이 득점 직후 환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0-3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후반 22분 네 번째 실점 장면도 아쉬웠다. AC밀란의 교체 공격수 알렉시 살레마케르스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앞을 막아선 김민재를 속임 동작으로 따돌린 뒤 슈팅 해 골 네트를 흔들었다. 압도적인 대인 방어 능력으로 인해 ‘철기둥’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민재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실수였다.

침울한 김민재의 표정을 확인한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교체를 결정했다. 후반 36분 백업 수비수 주앙 제수스를 그라운드에 투입하며 김민재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부상 등의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핵심 수비수를 교체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민재를 체력적·심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감독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김민재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패스 성공률이 84%에 그쳤고, 태클은 단 하나도 없었다. 클리어링 2개, 인터셉트 1개, 공중볼 경합 승리 3개 등을 기록했지만, 여느 경기에 비해 부족했다.

나폴리 팬들이 경기 도중 홍염을 터뜨리며 선수들에게 분전을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나폴리 팬들이 경기 도중 홍염을 터뜨리며 선수들에게 분전을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 매체들도 김민재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유럽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이 매긴 김민재의 평점은 각각 5.62와 5.3으로 출전 선수 중 최저 점수다.

이번 패배가 리그 우승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올 시즌 나폴리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승점 71점(23승2무3패)을 기록, 2위 라치오(55점)를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다만 AC밀란이 조만간 열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다시 맞닥뜨릴 상대라는 점은 부담스럽다. 나폴리는 올 시즌 자국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이라는 큰 꿈을 품으며 시즌 막바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내내 세리에A 최고 수비수라는 찬사를 받던 김민재의 부진은 체력과 정신력 저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 된다. A매치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김민재는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휴식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체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나폴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AC밀란과 리턴 매체를 벌일 예정이다. 득점 직후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AC밀란 공격수 하파엘 레앙. 로이터=연합뉴스

나폴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AC밀란과 리턴 매체를 벌일 예정이다. 득점 직후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AC밀란 공격수 하파엘 레앙.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A매치 평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장 손흥민(31·토트넘)과의 불화설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김민재는 지난 28일 우루과이전(1-2패)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고 돌발 발언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대표팀 내 불화설과 파벌설 등 다양한 루머가 돌았고, 주장 손흥민과 불편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관련 논란이 증폭되자 김민재는 결국 지난 1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더 잘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가운데 실언을 했다”면서 “대표팀 내 파벌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일로 국가대표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팬들과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민재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과문. 김민재 인스타그램 캡처

김민재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과문. 김민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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