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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전념’과 ‘대표팀 은퇴’ 사이, 지친 김민재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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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A매치 평가전 일정을 마친 수비수 김민재(왼쪽)가 대표팀 은퇴 이슈에 휘말렸다. 28일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선수를 밀착 마크하는 김민재. 연합뉴스

3월 A매치 평가전 일정을 마친 수비수 김민재(왼쪽)가 대표팀 은퇴 이슈에 휘말렸다. 28일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선수를 밀착 마크하는 김민재. 연합뉴스

3월 A매치 일정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핵심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의 ‘대표팀 조기 은퇴’ 이슈에 휘말렸다. 김민재의 언급이 다소 확대 해석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선수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해당 발언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1-2패)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나왔다. 취재진과 만난 김민재는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날 김민재는 위험지역 근처에서 파울을 범해 후반 두 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기대만큼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 했다.

“지금 좀 힘들다. 멘털적으로도 무너져 있다. 당분간, 아니 지금은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언급한 그는 “축구적으로 뿐만 아니라 몸도 힘들다.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 좀 더 신경 쓰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대표팀과 조율을 거친 발언인지 묻는 추가 질문에는 “조율 됐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 이야기는 좀 나눠보고 있다”고 답한 뒤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일부 언론이 김민재가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는 뉘앙스로 보도하면서 관련 이슈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축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는 부정적인 여론으로 들끓었다. 팬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27세 젊은 선수가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펼치는 김민재(가운데 오른쪽). 뉴스1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펼치는 김민재(가운데 오른쪽). 뉴스1

해외 매체들도 김민재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폴리 지역지 칼치오나폴리24는 “지친 김민재는 3월 A매치 2경기에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민재가 나폴리에서 치러야 할 중요한 일정들에 비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경기”라고 보도했다.

‘풋볼 아시안’은 “김민재가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정확히 밝힌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김민재가 A매치 출전을 위해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일정에 대해 부담을 느낀 건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민재가 이달 A매치 소집을 앞두고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건 맞다”면서 “올해 초 축구협회에 연락해 (A매치 소집 제외를 포함해) 대표팀 구성에 대한 의견을 완곡하게 문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신임 사령탑이 부임한 뒤 3월 A매치를 카타르월드컵 주축 멤버들 중심으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김민재도 최종적으로 소집에 응했다.

김민재는 올 시즌 합류한 나폴리에서 수비 기둥으로 자리매김하며 유럽 톱클래스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민재는 올 시즌 합류한 나폴리에서 수비 기둥으로 자리매김하며 유럽 톱클래스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민재가 대표팀 합류 여부를 주저한 건 체력 저하에 따른 경기력 우려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올 시즌 나폴리에 합류한 이후 김민재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부상을 딛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여줬고, 이후에도 강행군을 이어왔다. 소속팀 수비진의 핵심 멤버로 정규리그 선두 질두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심리적인 압박감도 적지 않다. 김민재는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이라는 큰 꿈에 도전 중이다. 혹여라도 무리했다가 부상 등 돌발 악재를 만난다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적 여부 또한 부담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소속팀 나폴리는 지난해 김민재를 영입하며 ‘2022~23시즌 종료 후 여름 이적시장에 한해 4500만 유로(634억원)의 바이아웃(소속팀 동의 없이 선수와 이적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이적료)을 적용한다’는 옵션을 걸어놓았다. 이후 유럽의 내로라하는 빅 클럽들이 일제히 김민재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들이 매긴 김민재의 시장 가치는 8000만 유로(1127억원)를 웃돈다.

올 시즌 세리에A 우승에 근접한 김민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동시석권에 도전한다. AFP=연합뉴스

올 시즌 세리에A 우승에 근접한 김민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동시석권에 도전한다. AFP=연합뉴스

축구협회 관계자는 “김민재가 대표팀 합류 이후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고갈된 체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다음 달 중 대표팀 내 유럽파 멤버들을 방문해 직접 상황을 살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선수 컨디션과 대표팀 소집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 귀띔했다.

축구대표팀의 다음 A매치는 6월에 열린다. 선수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점, 올 시즌 종료 직후인 점, 이적 여부를 놓고 한창 물밑 협상을 진행할 시점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6월 A매치를 건너뛰고 9월 A매치 이후 재합류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김민재의 발언이 ‘은퇴’가 아닌 ‘전략적 휴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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