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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하다 지쳐버린 방패…세트피스 대비도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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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클린스만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축구대표팀은 다이내믹한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 2경기 4실점하며 약점을 노출했다. 28일 우루과이 선수를 방어하는 수비수 김민재(왼쪽).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축구대표팀은 다이내믹한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 2경기 4실점하며 약점을 노출했다. 28일 우루과이 선수를 방어하는 수비수 김민재(왼쪽).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첫 A매치 2연전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했다. 과감한 공격 전술이 인상적이었지만, 뒤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채 무너져 내린 수비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남미의 두 강호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각각 2-2 무승부, 1-2 패배를 기록했다.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0계단 가까이 높은 상대(한국 25위, 콜롬비아 17위, 우루과이 16위)를 맞아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콜롬비아전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풀었다. 정해진 위치 없이 공격 전 지역을 자유롭게 누비도록 배려했다. 손흥민은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새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루과이전은 이강인을 주인공으로 설계했다. 오른쪽 날개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전반적인 경기 흐름의 조율 역할을 맡겼다. 경기 결과는 한 골 차 패배였지만, 이강인이 주도한 경기 흐름은 비교적 매끄러웠다. 이강인은 경기 내내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부지런히 넘나들며 볼 배급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수비진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최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적극적인 볼 쟁탈전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체력을 소모한 탓에 수비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공-수 간격이 벌어져 여러 차례 역습 기회를 제공했다. 콜롬비아전은 후반 초반 왼쪽 측면이 잇달아 무너져 2실점했고, 우루과이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빈 공간을 파고드는 선수를 놓쳐 2골을 내줬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체력 소모가 극심했던 데다 수비진의 동반 부진으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중앙수비 김민재(나폴리)는 ‘대표팀 은퇴’ 해프닝을 일으켰다.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몸도 마음도 지쳤다. 당분간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신경 쓰고 싶다”고 발언해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민재가 카타르월드컵 일정을 마친 이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건 맞다”면서 “클린스만 감독과 면담하면서 컨디션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이 “축구로 병역 혜택까지 받은 27세 선수가 태극마크를 외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자 김민재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29일 사과문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언급한 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실점했을 때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국가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팬들께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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