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 김연아 금의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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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연아(右)가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손을 흔들어 환영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두 달 전에 은퇴하려고 했다."

국내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처음 시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김연아와 함께 귀국한 어머니 박미희(47)씨는 "두 달 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부츠가 안 맞아 고생이 심했다. 그때 은퇴시켰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놨다.

박씨는 "다른 선수들은 스케이트 부츠 한 켤레를 서너 달씩 신는데 연아는 한 달도 못 신는다. 신체적 문제인지,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은 부상도 있었고 정말 어렵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도 "두 달 전 연아 어머니가 전화로 울면서 (연아를) 은퇴시키겠다고 하셨다. 부츠가 안 맞아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집에 찾아가 설득을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달 말 회장배 대회가 끝나면 일본의 부츠 장인을 찾아가 연아에게 맞는 부츠를 만들어 신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가족과 팬,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 새로운 '피겨 여왕'을 맞이했다.

김연아는 "대회 직전에 스케이트 부츠 한쪽을 바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딴 소감은.

"시니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고맙다."

-우승할 거라 생각했나.

"캐나다 2차 대회와 이번 파리 4차 대회 사이에 간격이 별로 없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스케이트 한쪽을 바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현지에 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넘어졌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2등이나 3등 하겠다 싶었다. 마무리를 잘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와 1등까지 했다."

-2차 대회 경험이 도움이 됐나.

"전 대회는 시니어 첫 경기라 많이 떨렸고 중간에 넘어져 크게 당황했다. 이번에는 침착하게 하려고 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

-첫 번째나 마지막에 연기하는 경우에 부담스럽진 않나.

"첫날 경기는 마지막이라 점수받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은 1번이 걸려 걱정을 많이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상도 있지만 1~2년 전부터 스케이트가 문제다. 발에 잘 맞지 않아 부상이 자주 생긴다."

-지금은 아픈 데가 없나.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무릎은 조금만 무리하면 아파서 조심해야 한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할 텐데.

"출전자격을 얻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시니어 첫 시즌에 파이널을 뛰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1등 생각은 없다."

-앞으로 계획은.

"좋은 성적을 냈고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자만하지 않겠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까지 경험을 더 쌓아 좋은 결과를 내겠다."

한편 빙상연맹은 김연아에게 포상금 2000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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