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신기록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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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9일 오후부터 20일 오전에 걸쳐 만 24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두 75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인수합병(M&A) 10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표됐다. 업종은 광산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세계 M&A 규모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20일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실적 호조에 따라 기업들의 잉여자금이 급증한 데다 저금리로 인해 사모펀드(바이아웃펀드)의 운용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M&A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M&A 사상 최고치=시장 조사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의 글로벌 M&A 규모가 3조4600억 달러를 기록, 정보기술(IT) 붐 당시인 2000년의 최고 기록(3조3300억 달러)을 갈아치웠다. 건수 기준으로는 2만8312건으로 2000년(3만1019건)에 못 미쳤지만 기업 가치가 커지고 대형 M&A가 늘면서 금액에선 종전 최고 기록을 깼다.

◆ 하루새 750억 달러어치 M&A=20일은 세계 M&A 역사상 각종 진기록을 만들어낸 날이다. 액수로 가장 컸던 것은 세계 최대 사모 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이 19일 부동산 업체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즈 트러스트(EOPT)를 인수한 것. '부동산 천재' 샘젤이 보유한 EOPT를 2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나선 것이다. 블랙스톤이 떠안을 부채를 포함하면 인수 금액은 360억 달러에 달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사모펀드 KKR에 의한 미국 병원 체인 HCA 인수(330억 달러)를 뛰어넘게 된다. 같은 날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은 경쟁사인 펠프스 닷지를 25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구리업체로 등극했다.

여기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US 트러스트를, 러시아의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운영하는 철강업체 에브라즈는 미국의 오리건 스틸밀스를 인수한다고 각각 발표했다.

반면 나스닥이 런던증권거래소(LSE)의 지분 75.55%를 주당 12.43파운드에 사겠다는 인수 제안은 LSE에 의해 일단 거부됐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호조와 이에 따른 주가 상승,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자신감이 M&A 시장을 활황세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폴 토브먼 M&A 부문 수석은 "현재의 M&A 열기는 현금을 주무기로 보다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2000년의 IT 버블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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