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조기유학돋보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미국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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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퍼레이드처럼 미국 학교는 수시로 재미있는 이벤트를 연다. 미국에 간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다. 학교 현관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걸어 나오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옷을 뒤집어 입고 있었다. 삐죽삐죽한 바느질 솔기를 버젓이 내놓고 있질 않나, 안쪽의 누빈 천들이 볼썽사납게 겉에 나와 있질 않나. 옷을 제대로 입은 채로 걸어 나오는 우리 두 아이가 생뚱해 보일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연유를 물어보니 그날이 옷을 뒤집어 입는 'Inside out day'였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날인지 모르고 등교하기도 했지만 왠지 쑥스러워서 뒤집어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한 복장을 하고 등교해 왁자하게 웃고 떠든다니! 학교란 공부하는 엄숙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졌던 우리에게 이런 미국문화는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이상한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가는 'Crazy hat day', 이상한 양말을 신는 'Crazy socks day', 파자마를 입고 등교하는 'Pajama day', 뉴욕 양키스 로고가 박힌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고 가는 'Yankee's day',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Ice cream day'등의 이벤트가 학교에 늘 준비돼 있었다. 아이들은 준비해 놓은 의상을 차려입고 친구들은 어떤 옷을 입고 올까 상상하면서 즐겁게 학교로 향하곤 했다.

지겨울 수 있는 학교생활에 활력소를 만들어줘 학생들이 즐겁게 등교하도록 해주려는 미국 학교의 노력은 매우 가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 학교가 이런 행사를 쉽게 기획할 수 있는 것은 전교생이 300명 남짓에 불과하며 공부와 성적에만 매달리지 않고, 학부모들이 행사를 위한 비용 지출을 당연하게 여길 만큼 이미 문화로 정착돼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즐거운 학교'로 변신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

김희경'죽도 밥도 안 된 조기 유학' 저자 · 브레인컴퍼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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