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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1.7%→1.6% 하향…‘상저하고’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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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1.6%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내렸다.

한은은 23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7%로 예상했으나, 한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전망치와는 같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나 국제통화기금(IMF·1.7%)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1%대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좋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세계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중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과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한국 경제를 흔드는 많은 요인이 나라 밖에 있다보니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제 ‘밥줄’인 수출의 회복 속도도 더딜 전망이다. 한은은 올 상반기 상품 수출이 -4%로 역성장했다가 하반기 5% 반등해 연간 0.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지속했고, 1월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는 -3.1%, 건설투자도 -0.7%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의 금융비용이 늘고 부동산 경기는 침체한 탓이다.

그나마 기댈 언덕은 하반기 중국 경제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올 연말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의 55% 수준으로 회복한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당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0.08%포인트의 상승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고물가가 지속하는 상황에도 눈높이를 낮춘 건 국제유가 등이 생각보다 낮아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간 배럴당 84달러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제했다. 지난 전망보다 9달러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4%대를 유지하다 하반기에 3%대로 떨어져 연간으로는 3.5%를 기록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월부터는 4%대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그 추세가 계속돼서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예상치는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5.1%)를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한은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4%,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예상과 비교하면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한은 목표인 2%대로 다시 내려오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를 회복하면서 한국 경제가 정상 경로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금감원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금융감독원은 이날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반응 등을 확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며 “금리 상승이 금융소비자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내외 금리 차 확대와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강화 가능성 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금융회사가 평상시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충당금과 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위기상황에 대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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