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준금리 동결…한은 총재 “인상 끝 아냐, 3.75% 열어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지금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해온 금리 인상의 효과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3.75%로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통위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앞선 7차례 회의에서 연달아 인상을 결정했는데, 이번 동결로 ‘멈춤 지시’를 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가장 크게 인식하는 불확실성은 향후 물가 흐름에 있다. 이 총재는 “3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한다”며 “그렇다면 굳이 금리를 더 올리기보다 이 경로대로 가느냐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1월)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전년보다 28.3% 오르는 등 국민 부담이 급증했다. 앞으로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 다시 4% 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물가 오름세가 진정된다는 게 한은의 예측이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 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직전 전망(지난해 11월)보다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특히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기준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2% 상승률)가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는 한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미국에선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Fed가 이달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4.5~4.75%로 정한 이후 한·미 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다.

Fed는 이날 공개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참석자 거의 모두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오는 3월과 5월 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ed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경제 상황 개선 여부를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라는 점에서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환율은 상승) 위험이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