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마이너스 성장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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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거대 통신기업 KT가 흔들리고 있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가면서 198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들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다. KT는 해외에서의 통신 사업을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11월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업계의 리딩 컴퍼니답게 새로운 기술 등을 활용한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더해 덩치에 맞는 신사업을 찾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출 감소 위기=지난 10월 31일 KT가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 2조7천9백억원으로 2분기보다 5.2% 줄었다. 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4분기에도 감소세를 보이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3% 줄어들 전망이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회사들 역시 상반기에는 7% 내외 성장한 데 비해 3분기에는 1~3%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KT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은 국내에서 전화.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정보통신부가 휴대전화에서 유선전화로 걸 때 받는 서비스료를 5%가량 내리는 등 각종 요금을 조금씩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KT에는 불리하고 하나로통신에는 유리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KT 소유인 전화국에서 가정까지의 통신 선로를 하나로통신이 회선당 월 9천원에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사업이 돌파구=KT는 매출 부진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진출과 휴대전화 위성방송(위성DMB) 등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몽골 등지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연간 수익은 수십~수백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해외사업 진출에 대해 수익성이 없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반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달 스위스 국제통신전시회에서 중동 등지에 최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전화해 거세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AT&T나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 등이 모두 해외 통신사업에서 실패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DMB는 SK텔레콤에 선수를 빼앗겨 후발 사업자로서 고전이 예상된다. 일본과 위성을 공동 사용하는 SK텔레콤은 내년에 시범 방송을 시작하는 반면 자체 위성을 쏘아올릴 KT는 그보다 2년 늦은 2006년 서비스를 한다. 이 같은 상황이어서 KT는 보유한 부동산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 또는 임대하는 등 부동산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영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는 지금 유선 인터넷에서 무선 초고속 인터넷으로 전환 중이며, 국내 유선 사업자도 무선을 겸영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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