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인종 차별, 논문 표절… 도덕성 논란 불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시사 이슈와 관련된 주제는 대입 논.구술에 단골로 나온다. 2007학년도 대입 논.구술에 대비하는 수험생을 위해 올해의 주요 시사 주제를 영역별로 정리했다.'사회.문화.교육 영역'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 지식인 사회의 양심, 배타적 집단주의 등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 많았다. '정치.외교.국방 영역'에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국가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이슈가 잇따랐다.

■하인스 워드와 단일 민족의 허상

2006 미국프로풋볼리그(NFL) MVP를 수상한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왔다. 그의 방한은 혼혈인에게 배타적인 우리 사회의 모순을 부각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살았으면 세계적 스타가 될 수 있었겠느냐는 자기 반성도 하게 만들었다. 2005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제 결혼 비율은 13.6%다. 2020년이 되면 국내 혼혈인 수는 167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야흐로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일 민족이란 개념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지 되돌아볼 일이다.

■인문학의 위기 ? 인문학자의 위기 ?

94개 대학의 인문대 학장들이 '인문학 위기 성명'을 발표했다. 비인기학과가 없어지고 전공자들의 취업률은 낮기만 하다.

게다가 올해 국가가 지원하는 순수 인문학 연구 비용은 0.7%에 불과하다. 교수들은 인문학이 무차별적 시장 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으로 존립 근거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문학은 애초 시장성이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우리의 인문학 수준이 쇠퇴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인문학자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노력을 포기했다는 반박도 있다. 인간 정신 문화의 총화라고 하는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진단부터 필요하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그림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월드컵에 열광했다. 한국팀이 세계 야구 최강팀 미국을 꺾었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진 못했지만 선전했다. 두 행사를 한국인들은 단결과 화합의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우리 응원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불거져 나왔다. 인종과 세대, 계층을 뛰어넘는 축제가 돼야 할 스포츠 행사를 전쟁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국가 대항 스포츠가 집단주의와 애국주의.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공격성과 배타성은 무엇일까.

■논문 표절 논란과 연구 윤리

김병준 교육 부총리가 논문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시비 등의 이유로 사임했다. 연세대 공대와 아주대 의대 교수 등도 비슷한 문제로 대학의 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학계에서 표절 시비가 잇따르는 이유는 실적 위주의 평가 시스템과 희박한 연구 윤리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자 출신 인사를 고위 공직에 기용할 때 논문 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부도 '연구 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학계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면 잘못된 관행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우리의 생존 전략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경 제재에 핵 실험으로 맞섰다. 남북한의 화해 공조 분위기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목표마저 허물어졌다. 이 와중에 6자회담 당사국들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핵 사태 앞에서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몰두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냉혹한 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또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현대과학의 맹점과 인류의 공동선을 지켜내지 못하는 허약한 이성,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의 한계도 노출시켰다. 핵실험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화두를 던져 주었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邊疆史地) 연구센터가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 "고대 중국 영토는 한강 이북까지 확대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이 2002년부터 동북쪽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을 연구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동북 지역과 한반도 일대의 국제 정세가 급변할 경우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수민족 이탈과 영토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 동북공정을 추진한다는 추측이 강하다. 이웃 나라의 역사까지 왜곡하는 중국의 행태는 올바른 것인지, 역사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일이다.

■ 유엔 사무총장 배출과 우리의 역할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제기구의 최고 수장인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유엔 사무총장의 주요 권한은 국제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의 이해 관계가 맞물린 분쟁 지역 출신으로 반 차기 총장이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 총장은 외교부를 떠나면서 국민에게 '가슴은 한국에, 시야는 세계에' 두고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력에서 세계 10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마호메트 만평과 문명의 충돌

덴마크 신문에 실린 마호메트 풍자 만평 한 편이 동서양을 뒤흔들었다. 마호메트 머리 위에 폭탄을 그려 넣은 만평을 놓고 이슬람 국가들이 신성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유럽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트집이라고 일축했다. 독일에서는 다음 달 공연 예정인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에서 마호메트의 절단된 머리가 예수, 부처의 머리와 함께 등장하는 대목을 놓고 무슬림들이 '종교 모독'이라며 또 다시 반발하고 있다. 종교와 생활을 하나로 보는 이슬람원리주의, 이슬람 공포증을 갖고 있는 서구의 세속적 자유주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김태수·박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