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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우디 이어 이란과 손잡았다…美 겨냥 "검증가능한 제재 해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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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16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의 2박 3일 방중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 간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랍 이슬람권의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데 이어 시아파를 이끄는 이란 대통령을 초청해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뚫기 위한 역공을 펴는 모양새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모든 관련 제재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전면 해제하고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추동해야 함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 북한과 같은 핵 개발 국가에 대한 비핵화 원칙으로 사용하는 ‘검증 가능’이란 표현이 미국의 제재 해제를 수식하는 데 쓰인 것은 중국이 이란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JCPOA에서 탈퇴한 것이 현 정세의 근원 소재”라며 “양측은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의 경제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것이 JCPOA의 중요한 구성 부분임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2015년 미국·영국· 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JCPOA는 이란이 핵 개발을 자제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이 이란에 부과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사실상 와해됐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집권 후 복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제면에서도 성과를 과시했다. 지난해 사우디와 달리 이번 공동성명에서 석유 관련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쌍방은 ‘중국·이란 종합협력계획’의 이행에 함께 노력하고, 무역·농업·공업·재생에너지·인프라 등 영역에서 협력을 계속 심화시키기를 원한다”고 명기했다. 특히 이란의 태양광 발전 능력 향상을 위해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중국과 이란의 밀착은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위원의 미·중 고위급 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판훙다(范鴻達) 상하이외국어대 교수는 “미국의 제재는 중국과 이란의 교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의 하나”라며 “미국이 일부 국가에 강력한 제재를 계속 강하게 부과한다면 제재 대상 국가들도 서로 협력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시진핑 3기 미·중 관계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란·러시아·북한 등 반미(反美) 국가들과 진영을 다지면서 대미 역공에 향후 외교의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中 상무부 美 록히드마틴·레이시온 제재 발표

한편 중국 상무부는 16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개인 및 단체’ 명단에 포함해 이들 기업의 대중국 수출입과 신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미국이 정찰풍선을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데 대한 맞불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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