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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원 턱밑까지 간 SM, 코스닥 9위로 껑충…속타는 하이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사진 각사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사진 각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둘러싼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 턱밑까지 다가서고 있다. 시장에서 에스엠 지분 25%를 추가 확보 계획을 세운 하이브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서면 SM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지난 10일 대주주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로부터 지분 14.8% 지분을 넘겨받으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9년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복귀한 SM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전날보다 0.69% 오른 11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1만9100원까지 오르며 2000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에스엠은 하이브가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지난 10일 단숨에 16.45%가 오른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엠은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시총) 9위를 기록하며, 2014년 6월 이후 9년 만에 10위권에 복귀했다.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11위)와 순위 역전에도 성공했다. 에스엠은 2000년 상장 이후 한때 시총 5위까지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제약·게임주 등에 밀려 2014년부터는 10위권 밖을 맴돌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개매수 나선 하이브, SM 주가 상승에 난감 

에스엠 주주에게 뛰는 주가는 즐거운 일이지만, 다음 달 1일까지 에스엠 소액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고 있는 하이브는 이런 오름세가 달갑지 않다. 소액주주가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고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간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 주식을 30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가 공개 매수에 참여할 경우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점도 하이브엔 불리한 지점이다. 공개 매수는 장내 거래가 아닌 장외 거래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다. 1년에 250만원은 공제되지만, 이를 초과한 차액에 대해서는 22% 세율로 과세한다.

때문에 과세 대상자의 경우 에스엠 주가가 10만5600원만 넘어서도 장내에서 매도하는 게 유리해진다. 10만5600원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12만원에서 양도소득세 22%를 뺀 금액이다. 게다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공개 매수에 참여하려면 사무 취급자로 지정된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고, 청약서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 매수를 할 경우 주가는 양도소득세를 고려해 공개매수가에서 22%를 할인한 금액 근처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이번 에스엠의 경우엔 하이브와 카카오 등 '큰 손'들이 사활을 걸고 경영권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라 주가가 이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매수가 인상도 가능하지만…"마감일까지 주가 지켜봐야"

결국 에스엠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더 내려가지 않으면 하이브 입장에선 공개 매수를 통해 목표 지분(25%)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하이브가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본시장법상 매수 가격 인하는 금지돼 있지만 인상은 가능하다. 실제로 2008년 비상장 소형 건설사인 은산토건이 코스피 상장업체 태원물산 인수를 추진할 때 공개매수가를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1만원 인상한 사례가 있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 매수가를 올리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일단 마감일까지 주가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 매수에서 하이브가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미달 물량에 대해 추가로 공개 매수에 나서는 방법도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이미 제시한 공개 매수 조건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2대 주주 카카오, '맞불' 공개매수 나설까 

2대 주주인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맞불을 놓는 '대항 공개매수'(공개 매수 기간 중 그 공개 매수에 대항하는 공개 매수)에 나선다면 하이브도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하이브가 제시한 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주가가 더 오르며 소액주주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다만 카카오는 SM 지분 인수를 공시한 뒤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며 사업 협력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카카오가 당장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카카오가 SM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에 나설 경우, 이는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인 만큼 대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 측이 제기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개 매수 마감일인 다음 달 1일까지는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상황을 더 지켜보고 공개매수에 응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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