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기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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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속담에 『눈은 있어도 망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공해 기준치가 꼭 그렇다. 기준은 있는데 실속이 없다.
가령 우리나라의 아황산가스 환경기준치는 장기기준(1년)으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캐나다,대만의 기준치보다 두 배가 높다. 일본에 비하면 4배다.
공기 속에 떠다니는 먼지의 경우는 더하다. 일본보다 3배나 많다. 동경시내를 한나절 나다녀도 와이셔츠 소매나 깃이 서울처럼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얘기는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요즘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세미나에서 밝혀진 사실들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우리는 무슨 가스의 PPM이 어떻고,마이크로 밀리그램이 얼마냐를 따지고 있는 것은 참 얼굴 간지러운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 하나만 놓고도 이것이 어디 환경 기준치만의 문제일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필경 우리 사회의 구석 구석을 들여다 보면 그런 일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저 겉으로 시늉만 내고,속은 가식과 위선,허위로 가득차 있는 경우 말이다.
근착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를 보면 세계의 유수기업들은 요즘 무공해,자원보호 상품들을 앞을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그런 상품이 아니면 잘 사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광고엔 「유전분해물질(biodegradable)」,「재활용제품(recycled)」,「무중독송(nontoxic)」,「환경적응상품」,「순자연제품」과 같은 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기업의 75%가 환경전담 중역을 두며,네덜란드는 1백%의 기업이 그렇다. 일본 미쓰비시의 경우는 환경전담 부서를 따로 두었다. 독일의 경우 앞으로 모든 기업의 상품들은 「메이드인 저머니」라는 산지표시외에 「메이드 위드 그린 센서빌리티」라는 청정표시를 따로 할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상품 차별화 전략이다.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해의 원천을 다스리기는 고사하고,환경기준치나 높게 잡아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 그것은 저울의 눈금을 속이는 것보다도 더 불쾌한 일이다. 국민을 아끼는 환경정책이라면 도리어 기준치를 더 엄격히 해야 마땅한 데 우리는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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