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백기 들었나…/「큰 사건」 해결기미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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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상부질책·여론비난 쏟아져/일선경관들 사기 뚝 떨어져
「범죄와의 전쟁 80일 작전」이 중간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3일 전쟁선포이후 범죄성향이 훨씬 흉악·대담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다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사건일수록 범인 검거 등 해결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연말까지로 된 「작전기간」중 민생치안 확립에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갖가지 부작용으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는데다 ▲비상근무령으로 무리한 철야·잠복근무가 많고 ▲큰 사건이 대부분 해결안된채 영구미제로 남게될 가능성이 커지자 사기마저 저하돼 근무의욕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와의 전쟁선포후 발생한 주요 강력사건은 ▲강릉 신혼부부 납치강도 및 유증렬씨 일가 4명 생매장 살해사건(11월9일) ▲경기도 화성군 여중생 피살사건(11월16일) ▲공인회계사 임길수씨 피살사건(11월4일) ▲의정부 여교사 임옥순씨 실종사건(11월3일) ▲서울 탄천 허만오씨 살해 암매장사건(10월30일) ▲부산 여고생 추행살해사건(11월18일) ▲서울 가락동 주부 송애자씨 피살사건(10월17일) ▲서울 영동백화점 대표 김택씨 아파트 2억원 강도사건(11월13일) 등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이중 유씨일가 생매장사건만 유일하게 범인이 잡혔을뿐 나머지는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한 지역에서 4년새 여덟번이나 같은 수법의 부녀자 성폭행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범인을 잡지못하다 또다시 똑같은 사건이 터져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있다.
강력범죄는 계속 그치지 않아 20일 오전1시20분쯤 서울 노고산동 까치카페에 20대 3인조 강도가 들어 2백50만원을 빼앗았다가 범인중 노일권씨(21)만 불잡혔으며 19일 오후6시40분쯤에는 서울 신당2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20대 2인조 강도가 행인 강영자씨(29·여·회사원)을 위협,혼수품을 사기위해 갖고있던 2백8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또 19일 오전3시40분쯤에는 서울 신림4동 청호장여관에 임검 경찰관을 가장한 20대 3인조 강도가 들어 주인·투숙객을 상대로 1백4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 크고 작은 강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에는 하루평균 7.5건의 강력사건이 발생했으나 올해에는 3.5건으로 절반이 줄었으며 미제강력사건도 지난해 11월에는 24건이던 것이 올해는 11건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경찰간부들은 범죄와의 전쟁선포후 폭력·범죄 등 조직에 의한 범행은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위해서는 단기적인 전쟁선포보다 ▲누범자에 대한 장기 격리수용과 완전교화 ▲수사인력·장비의 보강 ▲수사기관의 공신력 회복 ▲시민자율 방범의식 고취 ▲사회 도의앙양 등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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