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동시수교』90년대 중반 까진 실현|남북한 관계-김학준<청와대 정책조사보좌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소 수교를 계기로 북한이 일본과 손을 잡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본질적인 구조개편의 움직임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관계를 비롯, 북한과 미국관계, 한국과 중국관계 등 쌍무관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있는 국민이다.
중국마저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과 수교를 맺을 것인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느 선까지 접근할 것인지 등….
따라서 한 소 수교는 이루어졌으나 이 여파가 어떤 식으로 가닥을 잡아나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대처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복잡 미묘해지는 주변정세 속에서 우리가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본사는 한국사회주의체제 연구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17일 한국종합전시장 소 회의실에서 「한 소 수교와 동북아 정치경제질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기에서 발표된 4편의논문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소 수교는 아시아에서도 냉전구조가 붕괴했음을 의미한다. 양국수교는 동북아의 국체관계에 이미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고 그 동안 진행되어온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를 더욱 자극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
한반도가 미·소·중·일 4강의 이해가 수렴되는 지역인 만큼 국제정세의 변화는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 소 수교는 남북한관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첫째, 한 소 수교는 남북한 「분단의 현실」을 공식화하는 조치다. 소련이 한국과 수교했다는 것은 소련이 4강 가운데 제일 먼저 동시수교 논을 실천으로 옮겼음을 의미한다. 소련의 이 행동은 우선 일본과 중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개시했으며 중국은 90년 10윌 20일에 한국과 사실상의 대표부 설립에 합의한 것이다. 일본의 북한과의 수교 및 중국의 한국과의 수교가 언제 실현될지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늦어도 2∼3년 안에 실현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과의 수교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있으나 2∼3년 안에 변화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남북한에 대한 4강의 동시 수교는 늦어도 90년대 중반까지는 실현 될 것 같다.
이 동시수교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돕는 잠정적인 조처가 될 것이다
둘째, 한 소 수교는 소련이 한반도 통일문제와 관련, 북한의 입장보다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즉 소련은 남북한 및 4강의6자 동북아 평화회의에서 이 지역의 안전·평화와 통일문제를 다루자는 노 대통령의 유엔총회연설(88년), 남북연합의 중간단계를 상정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89년), 교차승인 안 및 유엔동시가입 안 등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 큰 쟁점의 하나인 군비통제 문제에서도 소련은 한국 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소 수교로 소련의 이 같은 입장은 더 명백해질 전망이다.
셋째, 한 소 수교는 소련으로 하여금 북한에 더 강력히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있다. 결국 북한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할 것이며, 한반도의 새로운 상황전개에 발맞춰 그 길을 단계적으로 넓혀나갈 것이다. 북한사회 안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세대가 크게 성장했으며 지배엘리트층 안에서 합리주의적 성향을 가진 테크너크랫층이 상당히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문이다.
넷째, 결론적으로 한 소 수교는 남북대화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 것이다. 남북대화의 앞날에는 아직도 많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어 낙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이 민주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국력을 신장시키면서 국민적 공감대의 폭을 늘려나가고, 아울러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과의 평화공존을 받아들인다면 남북한관계는 90년대 중반까지는 제도화된 평화공존의 단계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