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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생 절반이 학원수강-서울지역 학부모 276명 대상 실태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학과수업이 끝난 한 초등학교교실. 청소당번인 선희가 영어학원에 갈 시간에 쫓겨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소면제」를 부탁하는 선희에게 선생님은 『학교 일에도 충실한 어린이였으면 좋겠다』며 청소할 것을 명령한다. 속셈학원·피아노학원·영어학원에 문제지 까지 풀어야하는 선희는 학원이라고는 다니지 않는 친구 미연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화여대출신 교직종사자들의 모임인 교우회가 16일 저녁 초등교육 전공자들만이 모인 가운데 이대부속 초교자료실에서 「우리 어린이들, 너무 바쁘지 않나요?」를 주제로 벌인 역할 극의 한 장면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꾸민 역할극 외에 학원수강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의 과외활동에 관한 실태조사 발표 및 분과토의·종합토의로 꾸며졌다.
이 프로그램에는 모두 76명의 교사가 참석, 학원으로 치닫는·과외열풍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한편 최영자(연천초교)·이해지·장지연(이상 이대부초)교사가 서울지역 공·사립초교 학부모 2백76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어린이들의 학원수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학년에 걸쳐 절반이상의 어린이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8년 문교부 통계 연보에서 초교 어린이의 39.9%가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집계된 것에 비교할 때 그게 늘어난 것.
다니는 학원의 종류는 피아노학원이 으뜸. 1∼2학년의 경우 공립은 48%, 사립은 7l%가, 3∼4학년의 경우 공립 38%, 사립 44%, 5∼6학년의 경우 공립 8%, 사립 26%가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이 속셈·주산학원으로 특히 공립학교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학년 공립 32%, 사립 12%, 3∼4학년 공립 38%, 사립 17%, 5∼6학년 공립 48%, 사립26%).
학생들은 피아노·미술학원 등 예능계는 저학년에서 많이 다니다가 차츰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속셈·주산학원이나 컴퓨터·영어학원 4등은 고학년이 될수록 더욱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한 최영자 교사는 『학부모들은 어린이의 여가활동·재능계발을 위해 학원에 보내고 있으며 자신들이 직접 자녀를 지도할 수 없기 때문에 학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현재 학교교육이 어린이·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교사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권미혜교사 (운현국교)는 『학교교육이 교과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교사들은 교과서의 진도나 지석평가에 급급하지 말 것 ▲학력평가방법을 새롭게 모색할 것 ▲특활반의 효과적 운영 ▲학부모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부모교육실시 등을 제안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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