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 사법처리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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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네팔에서 19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한 4월의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에 갸넨드라(59.사진) 국왕의 책임이 있다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에 따라 당시 민주화 시위 와중에 2선으로 물러난 갸넨드라 국왕이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현직 국왕이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200여 년간 유지돼 온 네팔 왕정의 존폐 논란도 촉발될 전망이다.

국왕 하야 시위로 집권한 네팔 신정부가 8월에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는 "3개월간의 조사에서 4월 민주화 운동의 유혈 진압에 갸넨드라 국왕이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리하르 비라히 특별조사위원은 "국왕이 지난해 2월 의회를 해산하고 전제 정치를 해온 14개월간 인권유린이 있었는지, 국가 권력과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며 "국왕이 정부 최고 책임자로서 시위를 강제 진압한 사실이 인정됐다"고 전했다. 특별조사위는 갸넨드라 국왕이 친정을 펴던 시기에 활동한 각료들과 보안군 간부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갸넨드라 국왕은 서면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총리에게 곧바로 제출됐다. 코이랄라 총리는 "조사위가 유죄를 인정한 모든 책임자는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국왕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팔 신정부는 4월 민주화 시위로 집권한 뒤 법률을 개정해 국가 원수에 대한 사법처리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왕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폐위될 경우 1769년 들어선 현재의 구르카 샤 왕조는 237년 만에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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