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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20패… 프로스포츠 최저 승률 위기의 페퍼저축은행

중앙일보

입력

프로스포츠 최저 승률 위기에 놓인 페퍼저축은행. 연합뉴스

프로스포츠 최저 승률 위기에 놓인 페퍼저축은행. 연합뉴스

'연패의 상징' 동양 오리온스(고양 캐롯 전신)가 소환됐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프로스포츠 사상 최저 승률 위기에 놓였다.

페퍼저축은행은 1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다. 매세트 접전을 펼쳤으나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밀렸다. 이로써 페퍼는 시즌 20패째를 쌓았다. 승리는 지난달 31일 도로공사전이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V리그 역대 최저 승률 기록 달성 가능성도 있다. 2005년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한 팀은 2006~07시즌 상무와 12~13시즌 KEPCO(현 한국전력)다. 두 팀은 2승 28패에 그쳐 1할(0.067)도 못 넘겼다. 여자 배구는 지난 시즌 페퍼가 기록한 0.097(3승 28패)가 최저 기록이다.

다른 종목을 돌아봐도 처참한 수준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1998~99 시즌의 대구 동양(고양 캐롯 전신)은 3승 42패에 머물렀다. 승률 0.067로 상무·KEPCO와 같다. 동양은 당시 전희철과 김병철이 군복무중이었고, 외국인 선수 그렉 콜버트가 갑자기 팀을 떠나면서 32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K리그에선 대전이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대전은 2002년 정규리그에서 1승 11무 15패(승률 0.037, 승리/경기수)를 거뒀다. 다만 축구는 무승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종목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프로야구는 출범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0.188(15승 65패), 여자 농구는 금호생명(2003년 여름리그)의 0.100(2승 18패)이 최저 기록이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새로 만들어진 팀은 2008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2011년 IBK기업은행, 2013년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 등 3개다. 세 팀은 당시 프로에 뛰어들 자원이 풍부할 때 창단했다. 신영석·박상하(이상 우리카드)·김희진·박정아(이상 IBK)·송명근·이민규·송희채(이상 OK) 등이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IBK와 OK는 두 시즌 만에 정상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다르다. 신인 선수 7명을 선발했지만, 냉정하게 특급 자원은 없었다. 우리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1년 동안 준비 기간을 가진 뒤 리그에 참여한 것과 달리 곧바로 합류하기도 했다. 창단 특별지명도 보호선수가 9명이나 되는 바람에 주전급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 스스로 자초한 위기이기도 하다. 특별지명 당시 현대건설로부터는 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다. FA 영입도 2년간 2명(하혜진, 이고은)에 그쳤다. 개막 전 학교 폭력 사태로 무적(無籍) 선수인 이재영에게 접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트레이드도 시즌 중반 오지영을 데려온 게 전부다. 전력 보강이 거의 되지 않았다.

지도력 공백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2 런던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끈 김형실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영입했다. 개막 10연패를 당하면서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후임 감독 선임 없이 대행 체제로 두 달 가까이 치르고 있으나 신임 감독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프로스포츠 팀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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