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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70㎝ 눈폭탄' 예고…"3배 무거운 습설, 덤프트럭 깔린 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12월 25일 강원 강릉지역에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이 골목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25일 강원 강릉지역에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이 골목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14일부터 16일까지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70㎝가 넘는 눈폭탄이 예고되면서 폭설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기온이 점차 내려가면서 강원도는 오늘 아침부터,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과 경북 북부에는 밤부터 눈으로 바뀌어 내리는 곳이 많겠다”며 “특히,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지에는 16일까지 매우 많은 눈이 내리겠다”고 14일 밝혔다.

예상 적설량(14~16일)은 강원 산지와 강원 북부 동해안은 20~50㎝이고, 많은 곳(강원 산지)은 70㎝ 이상 쌓이는 곳도 있겠다. 강원 중·남부 동해안과 경북 북동 산지에도 10~30㎝, 많은 곳(강원 중·남부 동해안)은 4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는 1~3㎝, 경기 동부와 충북 북부, 경북 북부 내륙에는 2~7㎝의 눈이 내릴 전망이다.

3배 무거운 습설…덤프트럭에 깔린 셈

2020년 2월 18일 경북 울릉군 공무원들이 주택 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있다. 뉴스1

2020년 2월 18일 경북 울릉군 공무원들이 주택 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있다. 뉴스1

이번 폭설이 더 위험한 건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濕雪)이기 때문이다. 눈은 포함된 수분 함량에 따라 건설(乾雪)과 습설(濕雪)로 나뉜다. 지난해 말에 전남 등 서해안 지역에 쏟아졌던 폭설은 마른 눈인 건설이어서 적은 강수량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 동해상에서 만들어진 눈구름대는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동해안 지역에 습설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서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10도 이하이지만, 동해상은 12도 정도로 2도 이상 높기 때문에 마치 목욕탕 물이 뜨거워지면 김이 나는 것처럼 수증기가 많이 공급된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며 “서해안의 눈구름대는 강한 바람에 의해 퍼져나가지만, 동해안은 태백산맥에 막혀서 강원 영동 지역에 집중적으로 눈이 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습설은 눈 결정이 크고 일반적으로 내리는 눈보다 2~3배가량 무겁다. 1㎥당 무게가 300㎏에 이른다. 가로 10m, 세로 20m인 소형 비닐하우스에 예보대로 습설 70㎝가 쌓이면, 눈의 무게만 21t(톤)이 될 수 있다. 덤프트럭(15t) 깔린 것보다 더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건물의 내부에서 열이 올라오면서 마치 접착제와 같이 내리던 눈이 달라붙어 잘 쌓이게 된다. 높은 기온에서는 결정 사이사이에 녹은 물이 들어차면서 같은 양이 쌓여도 더 무겁고 단단해진다. 이에 비닐하우스나 가건물같이 약한 구조물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수 있다.

박 예보분석관은 “건물 안에는 열이 있어서 쌓인 눈의 표면 쪽이 약간 녹으면서 얼기 때문에 접착제 역할처럼 딱 붙어서 치울 수가 없다”며 “그런 걸 피하려면 지붕에 눈이 쌓일 때마다 자주 치워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눈에 파묻힌 자동차, 배기가스 역류 위험 

2021년 3월 2일 오전 대설경보가 내려진 강원도 강릉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운전자가 출근하기 위해 차에 가득 쌓인 눈을 치워내고 있다. 뉴시스

2021년 3월 2일 오전 대설경보가 내려진 강원도 강릉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운전자가 출근하기 위해 차에 가득 쌓인 눈을 치워내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 역시 많은 눈이 쌓인 채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특히, 차량이 눈에 파묻혀 자칫 머플러가 막히면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역류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말에 한 여성이 추위를 피해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다가 폭설에 차량 머플러가 막혀 배기가스가 차 안에 가득 차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이 밖에도, 자동차에 쌓인 눈을 제거하지 않고 운행하면 눈 무게가 차 연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상청은 “눈이 긴 시간 이어지면서 쌓인 눈으로 인한 비닐하우스나 약한 구조물 붕괴, 나뭇가지 부러짐 등 시설물 피해에 유의해달라”며 “눈으로 인해 차량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으니 사전에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차량 이용 시 월동장비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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