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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핵무장'에 또 선 긋는 美…확장억제 인식 '미묘한 간극'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응한 "자체 핵 보유"와 "전술핵 배치"를 꺼내자 백악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전술핵 재배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 셈인데 확장억제 보완 방안과 관련해 한ㆍ미 기조에 미묘한 간극이 꾸준히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ㆍ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ㆍ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美 난색 알면서도 던진다"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한 목소리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은 변하지 않았다"(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미국 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국방부 대변인)라면서다. 북한 뿐 아니라 한국에도 핵이 들어서선 안 된다는 뜻으로 정부 소식통은 "자체 핵 보유는 물론이고 전술핵 배치도 고려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선을 긋는 성격이다. 이튿날 대통령실은 "북핵 위협이 심각해진다는 전제 하에 단호한 대응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준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론을 꺼낸 건 아니다"라며 수위를 낮췄다.

다만 대통령이 공개 발언을 통해 '핵 보유·배치' 논의에 불을 먼저 지핀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경고 뿐 아니라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을 미국에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자체 핵 보유든 전술핵 재배치든 현재로서 현실성과 실효성이 낮고 미국도 분명 난색을 표할 거란 걸 대통령실도 잘 알고 있지만 대외 메시지 차원에서 꾸준히 꺼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모습. REUTERS/Jonathan Ernst.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모습. REUTERS/Jonathan Ernst. 연합뉴스.

尹 '공동 기획·실행' 거듭 강조

확장억제 보완 방안에 대한 한·미 기조의 미묘한 차이는 며칠 전에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가 합의한 "확장 억제에 대한 공동 기획·실행" 개념을 꺼내든 것이다. 공동 실행에는 공동 훈련·연습도 포함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국과 공동 핵 연습 논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용어 혼선에 따른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한국이 확장억제 운용 과정에서 한국 측 '참여 몫'을 꾸준히 앞세우는 반면 미국은 관련 발언을 상대적으로 아끼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도 "미국 핵 자산에 대한 공동 기획·공동 실행을 논의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묘한 인식 간극 좁혀야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난해 9월 확장억제 관련 고위급 논의 플랫폼인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4년 8개월만에 재가동했고 같은 해 11월 SCM에서 정보 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 기획, 공동실행 등 확장억제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또 오는 3월에는 11일 연속 진행하는 역대 최장의 '논스톱'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확장억제 관련 제도적 공조 체계가 개선되고 연합훈련도 대폭 강화된 데 비해 구체적인 협력 수위에 있어선 한국이 한 발 더 앞서나가고 미국은 뒤로 빠지는 듯한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긴밀하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양국 인식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국방 전문가 폴 최는 13일 중앙일보에 "미국은 한반도 방위를 위한 확장억제를 시행하고 운용하는 방식은 이미 충분한데 한국 측 '신뢰'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이 날로 고도화 하는데 아직 한·미 모두 확장억제를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획기적으로 강화할지 각자의 '그림'(요구 사항)도 구체적으로 그려두지 못한 듯 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과 함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과 함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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