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통치권 강화/소 최고회의 승인/긴급식량 공급토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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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7일 최고회의 연설을 통해 급진개혁파들의 반발을 사온 정치적 난관을 타개하고 긴급 식량공급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며,최고회의는 이같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제안을 원칙적으로 승인,그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줬다.
최고회의는 이날 정부의 행정권력을 고르바초프 대통령 자신과 연방내 15개 공화국 지도자들에게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제안을 찬성 3백16,반대 19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제안은 오는 23일 최고회의에 제출돼 최종 승인을 받게되는데,이 제안들은 리슈코프 총리의 현 연방정부의 권위를 크게 잠식하게될 새로운 행정권력 구조의 개편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와 각 공화국간의 신속한 정책조정을 위해 2개 대통령자문기구중 하나인 각 공화국 최고지도자들로 구성된 연방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것을 제의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권한강화는 그동안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던 고르바초프로선 커다란 정치적 승리임에 틀림없다.
이번 제안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의 권력범위,행정구조 개편문제를 다룰 「안전위원회」의 성격 및 활동,그리고 이와 비슷한 권한·수준으로 구성될 「협력위원회」의 활동이다.
고르바초프는 아직 이들 위원회의 구성·활동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소련의 새로운 권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최고회의의 압도적인 지지와는 달리 각 공화국들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공화국의 옐친 최고회의 의장이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이냐에 따라 앞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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