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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인기에 뚫려 놓고 ‘북한 내통설’ 정쟁할 때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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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신원식(오른쪽)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 신 의원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도발 사건 이후 김 의원의 '북한 내통설'을 제기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신원식(오른쪽)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 신 의원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도발 사건 이후 김 의원의 '북한 내통설'을 제기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권의 “김병주 의원 내통 의혹” 제기는 부적절

여야, 방공체계 허점 보완대책 마련에 힘 모아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도발(12월 26일)에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허망하게 뚫렸으니 원인 규명과 보완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겠다. 하지만 민감한 국가안보 사안을 놓고 여권이 ‘북한 내통설’까지 제기하며 여야의 진흙탕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볼썽사납고 우려스럽다.

이번 무인기 도발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북한은 정전협정과 2018년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고, 우리 군의 방공망이 뚫린 상황에서 전투기와 헬기까지 출동했지만 끝내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9·19 합의 파기 검토 가능성을 천명했고, 2m 미만의 소형 무인기 요격을 위한 훈련과 첨단 장비 확충 계획을 밝힌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여야의 정쟁이다. 사달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합참의 국회 국방위 현안 보고를 받은 다음 날 김 의원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군은 부인했다. 하지만 경호를 위해 대통령실 반경 3.70㎞에 설치된 P-73 비행금지구역을 북한 무인기가 침범한 사실이 북한 도발 열흘가량 흐른 지난 4일 뒤늦게 드러나면서 본질이 가려지고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김 의원에게 무인기 관련 정보를 흘린 인사를 색출해야 한다”며 사안의 초점을 야당의 유출 문제로 돌렸다. 이어 수도방위사령관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육군대장 출신의 김 의원은 “무인기 항적을 토대로 지도를 보고 30분만 투자하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것조차 모르는 대통령실이 무능과 무지를 드러냈다”며 “경호 실패”를 비판했다. 3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범죄를 저지른 북한이 아닌 우리 군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여야 다툼 와중에 우리 군의 부실 대응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북한의 영공 침범 시점은 당초 합참이 인지한 12월 26일 오전 10시25분이 아니라 그보다 6분 앞선 10시19분이었다. 게다가 무인기를 최초 식별한 1군단의 보고를 받은 합참이 수방사에 침투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입한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를 뒷북 발령했다.

도발은 북한이 일으켰는데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라도 무인기 도발 과정에서 확인된 방공체계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여야도 정치 공방을 중단하고 안보 공백을 메울 치밀한 보완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