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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금리에 질식하는 국민, 성과급 잔치하는 은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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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당국이 한때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사라졌다. 사진은 지난해 11월말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한때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사라졌다. 사진은 지난해 11월말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시중은행, 최대 실적에 300~400% 성과급 지급

국민 세금 덕에 살아났던 은행, 늘 고객 생각해야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 대비 400%, 신한은행은 361%, KB국민은행은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특별격려금을 책정해 직원 1명당 340만원 지급하기로 했다. 아직 임단협 체결 전인 하나·우리은행 역시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민간 기업인 은행이 한 해 경영을 잘해 이익을 많이 남기고,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의 성과급이 지난 수년간 고통받아 온 서민과 기업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풀린 돈 때문에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렸고, 그 결과로 시중은행의 역대 최대 규모 이자 이익을 낳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잔치’엔 금융 당국의 어설픈 관치도 한몫했다. 수신 경쟁 자제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억제하다 보니 대출금리만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서민과 자영업자·기업들은 급작스럽게 올라버린 금리에 질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폭등세의 끝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구입한 젊은 부부들, 폭락해 버린 시세 탓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집주인들, 코로나19 속에 빚을 내면서까지 버텨온 자영업자들,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기업들, 그 모두가 급등한 고금리의 피해자들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폭탄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들은 벌어진 예대마진으로 호실적을 누리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 방역을 이유로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이용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했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일부 점포에서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은행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직장인 입장에선 점심시간이라야 겨우 은행 일을 볼 수 있다. 고객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는 그들의 ‘영업 방침’이 놀랍기까지 하다. 은행은 민간기업이지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더구나 과거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정상화된 이력까지 있지 않나. 시중은행들의 자중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