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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구 마이너스 성장, 이것 때문에 앞당겨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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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중국의 인구 감소는 예견돼왔다.

지난해 유엔은 2021년 9억8600만 명 수준이던 중국의 생산 가능 연령(15~64세) 인구가 203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해 2100년에는 3억7800만 명으로 6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 추세가 최근 훨씬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중화권 매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22년 중국 총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대기근과 대약진운동 실패로 인구가 줄어든 1959~62년 이후 60년 만이다. 이미 한 해 전인 2021년 중국의 출생자 수는 1062만 명, 순증가 인구수는 48만 명으로 사실상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과거의 인구 감소 사례들이 천재(天災) 또는 전쟁 등 인재(人災)로 인한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면 현재 중국의 인구 감소는 기본적으로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일단 1978년부터 시작된 ‘계획생육’(한 자녀 정책)의 여파가 크다. 이로 인해 혼인신고 수와 출산연령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또 산업화가 진척됨에 따라 자녀의 출산·교육·부양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중국 정부의 출산 제고 정책도 먹히지 않았다. 2016년 두 자녀 정책으로, 2021년엔 세 자녀 정책으로 완화했지만 출산율 저하 추세를 막지 못했다. 1992년 저출산 사회로 접어든 중국은 이미 2000년 출산율이 1.22에 불과했고 2021년엔 1.15를 기록했다. 전 세계 사례를 놓고 봐도 ‘저출산 함정’에 바진 국가들 중 인구 감소세를 반등시킨 나라는 없었다.

이런 인구 감소 추세에 부채질을 한 요인이 있다. 코로나19다.

3년 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로혼인’과 ‘제로출산’을 불러왔다 [사진 셔터스톡]

3년 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로혼인’과 ‘제로출산’을 불러왔다 [사진 셔터스톡]

3년 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로혼인’과 ‘제로출산’을 불러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상하이시가 봉쇄됐을 때 경찰이 한 공동주택에 들이닥쳐 격리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거절하자 경찰은 “당신들은 처벌받을 것이고, 삼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자 한 남성이 나서 “우리가 마지막 세대다”라고 맞받아친다. 이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널리 퍼졌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이 영상을 본 장(江)씨 성의 서른 살 직장 여성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말 공감된다”며 “나의 아이가 불확정적인 삶을 사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2022년 9월 발표된 〈닛케이 아시아〉의 한 연구는 중국 27개 성·시의 출생신고와 신생아 진료기록을 조사했는데, 구이양(貴陽)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출생인구가 전년보다 줄었다. 22개 지역은 두 자릿수 퍼센트(%) 하락을 보였고 30~40% 감소한 지역들도 있었다. 이 연구는 2022년이 신중국 성립 이래 중국의 출생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사망자 수도 인구 마이너스 증가의 주원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21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통계 공보〉에 따르면 2021년 사망자 수는 1014만 명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민정부의 유해 화장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최소 1480만 구의 시신이 화장됐다. 여기에 화장하지 않은 시신을 더한다면 총 사망자 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2022년의 코로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시진핑 정부는 집권 후 인구 정책의 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출산을 장려했다.  

2021년 2월, 중국 상하이 거리. 2022년 중국 총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진 셔터스톡]

2021년 2월, 중국 상하이 거리. 2022년 중국 총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8월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차 5개년 계획(2021~25년) 기간에 중국 인구는 마이너스 성장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1950년 중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19%로 줄었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연구팀은 2021년 이후 중국 인구는 연평균 1.1% 속도로 줄어들어 2100년엔 5억8700만 명, 세계 인구의 6.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인구 총수가 많은 것만이 절대선은 아니다. 미래 사회의 성격에 따라 적정 인구의 규모는 다를 것이다. 문제는 장기간 지속된 저출산으로 인해 심화된 고령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출산율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렇게 쉽게 남의 나라 얘기를 하기엔 사실 한국이 더 심각하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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