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6공 치안능력/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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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범죄전쟁」 한달… 꼬리문 강력범죄/일가살인ㆍ화성사건 등 “충격”/검­경 전과조회 진흙탕 싸움
범죄와의 전쟁 한달을 맞았으나 주초부터 강도살인ㆍ강도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터져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특히 경기도 양평 일가족 4명 생매장 살해사건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는 듯해 눈과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연쇄살인사건이 났던 경기도 화성에서는 또 중1년 여학생의 강간살인사건이 발생,동일범 여부를 둘러싸고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한 조직폭력배의 전과조회 문제로 한치의 양보를 모른채 진흙탕 싸움을 벌여 서로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바람에 빈축을 샀다.
○정부,사후 약방문 급급
○…강릉의 친척 회갑잔치에 참석키 위해 차를 몰고 가던 유증렬씨(54ㆍ시조사 재무실장) 일가를 9일 오후 범인 4명이 차를 가로막고 위협,현금등 20만원과 승용차를 빼앗은 뒤 몸을 묶어 인근 야산중턱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실신시킨뒤 흙구덩이에 암매장한 사건이 터져 온세상을 경악케했다.
유씨와 유씨의 어머니 김매옥씨(81)와 이모 김주옥씨(74) 및 외손녀 최서연양(5) 등 4명이 영문도 모른채 참변을 당한 셈이었다.
범인은 이성준(30ㆍ전과 8범)ㆍ오태환(31ㆍ전과 6범)ㆍ윤용필(32ㆍ전과 6범)ㆍ심혜숙(22ㆍ이의 애인) 등 4명.
이들은 10일 오후 심의 집이 있는 대전으로 숨어들었다가 오와 심은 현장에서 붙잡히고 윤은 이마에 총상을 입고 서울에서 잡혔으며 이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채 11일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범인들은 지난달 29일의 강릉 신혼부부 납치강도사건등 10여건의 강도를 더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어린 서연양이 『살려달라』고 울며 매달리는 데도 몸을 묶어 꿇어앉힌 채 생매장한 것으로 밝혀져 온 국민을 몸서리치게 했다.
범인중 오와 윤은 『신혼부부 납치강도 사건때 피해자를 살려둬 경찰의 추적을 받는 바람에 완전범죄를 위해 모두 살해했다』고 태연히 말하는가 하면 결정적인 살해순간의 범행은 숨진 이에게 미루는 등 끝까지 가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사건후 정부는 흉악범죄를 두번 이상 저지른 누범자의 형량을 2배로 늘리도록 하는등 대책마련에 나섰으며 자가운전자들도 승용차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호신용 가스총을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우기 바빴다.
○감정대립 후유증 클 듯
○…국회의원들의 구명운동으로 말썽을 빚었던 인천 꼴망파 두목 최태준씨(38)의 전과조회가 잘못돼 전과 12범이 초범으로 둔갑하는 바람에 조작여부를 놓고 수사기관의 공신력이 도마에 올랐다.
최씨는 수배를 받다 2월 검찰에 자수,검찰이 경찰에 전과조회를 의뢰하면서 열손가락 지문대신 엄지손가락의 지문만 찍어보내는 바람에 제대로 신원파악이 안돼 전과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
검찰과 경찰은 서로 명예를 걸고 잘못이 없다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두 기관이 모두 상대방의 얼굴에 먹칠한 셈이 됐다.
결국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에 착수,진상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검ㆍ경의 감정대립으로까지 번져 많은 앙금을 남길 것이 틀림없어 후유증이 상당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강도수법도 대담ㆍ기발
○…13일 오전 발생한 서울 영동백화점 대표 김택씨(33) 아파트 2억여원 3인조 강도사건은 범인들이 5시간 동안이나 김씨를 인질로 잡고 백화점 직원을 시켜 은행에서 2억원을 찾아오도록 하는 등 대담성을 보여 범죄와의 전쟁을 무색케했다.
범인중 1명은 범행직후 빼앗은 10만원짜리 수표 2백장을 국민은행 성내동지점에서 현금으로 바꾸려다 여행원이 컴퓨터조회를 하는 사이 그대로 달아났으나 은행 폐쇄회로 TV카메라에 모습이 잡혀 경찰은 사건해결을 낙관하고 있다.
이 사건과 함께 서울시경이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주부들의 아파트만 골라 10억원어치를 강도해온 일당 4명을 붙잡은 것은 더이상 아파트도 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권일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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