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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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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5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인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꼽는다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엔딩 장면이 아닐까 싶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인 이 영화는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우연히 동행하게 된 해리(빌리 크리스털)와 샐리(멕 라이언)가 12년 동안 쌓아가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해석부터 음식 주문 방식과 남녀 관계에 대한 생각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은 각자 연애와 결혼을 하며 서로에게 ‘남사친’과 ‘여사친’으로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해리는 샐리에게, 샐리는 해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대답은 어느 송년 파티에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은 즐거워하지만 샐리는 파티가 왠지 마뜩잖다. 한편 집에서 외롭게 새해 전야를 보내는 해리는 문득 샐리가 생각난다. 거리로 나와 뛰기 시작하는 해리. 마침 파티에서 빠져나오는 샐리와 만난다. “많이 생각해봤는데 당신을 사랑해.” 연말이라 외롭다고 해서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는 샐리에게 해리는 다시 말한다. “당신이 누군가와 남은 인생을 같이 보낼 거라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 여기 온 거야.” “당신은 정말, 미워할 수 없게 말을 해.” 카운트다운 끝에 드디어 찾아온 새해, 두 사람은 축하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흐르는 ‘올드 랭 사인’. 이보다 더 완벽한 송구영신 장면이 있을까.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연말이 되시길.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피 뉴 이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