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전면수사"] 盧 "끝장 보겠다"…핵폭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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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치자금을 전면 공개하는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눈치보지 말고 수사하라"며 사실상 검찰에 지시하는 모양새까지 취했다. 도대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정도다.

盧대통령은 "이게 바로 국민의 희망" "근본적 개혁"이라는 수사를 써가며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한꺼번에 도려내고 정치자금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피력했다. 핵 폭풍을 예고한 셈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특검법안 중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의 단서를 적시해 오면 특검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盧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15년간 옆에 있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독서실 친구인 최도술씨 등 수족을 자른 마당에 각종 정치자금 개혁에 있어서는 끝장을 보겠다는 게 盧대통령의 최근 심경"이라고 전했다. 盧대통령은 최근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극도의 혼란 뒤에야 새싹이 나는 법"이라는 언급도 자주 해왔다.

이런 盧대통령의 분위기는 재계와 관련된 대목에서도 읽을 수 있다. 재계 수사에 대해 줄곧 '속도조절론'을 펴왔던 盧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이리된 마당에"라는 표현을 써가며 수사 협력을 촉구했다.

또 "한번 치르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말로 기업 수사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盧대통령이 일반.보험성 정치자금에 한해 사면할 수 있음을 언급했으나 발언의 진의는 사면보다 뇌물성 정치자금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무게가 있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이 정치자금 전면 수사를 대선자금만으로 한정하지 않은 부분도 주목된다. 盧대통령은 일단 '대선 후보가 결정된 이후의 정치자금'으로 국한해 설명을 해나갔지만 "정당자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대선) 이전에 무슨 단서가 새롭게 나온다면 어쩔는지 알 수 없다"고 언뜻 한자락을 깔았다. 사실상 후보 경선과정은 물론 2000년 총선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盧대통령의 이날 조치는 재신임과 대선자금 정국을 선명히 분리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둘을 연계시키면 재신임의 시기는 끝가는 데가 없고 국민투표 취지도 복잡해지는 만큼 분리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모든 정치자금을 파헤치라고 한 盧대통령의 지시가 한나라당의 특검 카드 명분을 적잖이 약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수사가 후보 경선자금으로 확산될 경우 민주당 고위층도 적잖은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 이번 조치는 "흠집이 날망정 상대보다 밑질 게 없다"는 盧대통령의 고도의 게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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