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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복구에 127시간 vs 12시간…정부 “카카오 이중화 부족했다” 공식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27시간 33분. 지난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의 대규모 먹통 사태가 복구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반면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를 약 20분∼12시간 안에 정상화했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일부 서버를 두고 있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복구 시간을 갈랐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이를 ‘서버 이중화’ 수준의 차이 때문이라고 공식화했다.

무슨 일이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카카오 장애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SK C&C, 카카오, 네이버 3사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단기 가능 과제는 즉시 조치하고, 중장기 과제는 1개월 이내 보고하도록 행정지도를 추진할 계획. 이 장관은 “데이터센터와 디지털서비스의 장애는 국민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을 마비시킨다”며 “피해 복구와 재발 예방에 최선을 다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정부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 복구 시간을 가른 건 결국 ‘서버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였다고 밝혔다. 기존에 사업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검증하고 확인한 것.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가 이중화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동작(액티브) 상태로, 다른 데이터센터 서버를 대기(스탠바이) 상태로 두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대기 서버를 동작 상태로 바꿀 권한 관리 기능인 ‘운영 및 관리 도구’는 이중화해놓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대기 중인 서버를 가동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카카오 인증 등 핵심 기능이 판교 데이터센터에 집중돼 있던 점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이는 장애 발생 후 카카오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힌 원인과 일치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가 해야 할 일

정부는 카카오의 미흡한 이중화 조치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일단 보조 데이터센터에서도 운영·관리도구를 대기가 아닌 동작 상태로 운영하라고 요청했다. 또 애플리케이션 간 상호 의존이 높은 인증 기능이나 카카오톡 수발신 기능 등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분산·다중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매우 높은 수준의 다중화를 적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 탐지-전파-복구’로 이어지는 전 단계의 복구체계를 재점검해 자동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조치도 포함됐다.

지난 10월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의 시공 모습. 사진 카카오

지난 10월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의 시공 모습. 사진 카카오

정부, 숙제검사 가능할까

그러나 행정조치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어 기업들이 따르지 않아도 법적 제재가 없다. 과기정통부는 전 국민적인 불편을 초래한 장애였던 만큼 사업자 스스로 책임감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태는 큰 피해를 초래한 전례 없는 서비스 사고이기에 사업자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안다”며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고였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성심성의껏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강제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오른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 3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강제성 있는 정책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이 장관은 “(해당 법안 처리가) 가능한 이달 안에 진전이 있길 바란다.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화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

카카오의 피해 보상 절차가 마무리되면SK C&C와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구상권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건 화재의 원인과 이후 대응이다. 이 장관은 서버실 화재에 대해 “각 무정전전원장치(UPS)들이 정해진 서버에 전원을 공급했어야 하지만, 화재로 특정 공간의 UPS들에 동시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터리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초 3주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중기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현재 증거물인 발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국과수에서 수거해 갔으며, 국과수는 발표 시기를 특정할 수 없고 양해해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더 알면 좋을 것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카카오는 유료서비스(1만4918건), 금전적 피해를 언급한 무료 서비스(1만3198건)를 비롯해 총 10만5116건의 피해를 접수했다. 카카오는 정부의 시정 요구 사항 중 보강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검토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일부터 열리는 개발자 연례회의 이프카카오에서는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을 담은 재발 방지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