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변신 인터넷 전화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인터넷전화가 최근 싼 통화요금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내세워 세를 불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한국의 070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포트 기준)는 1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월 이후 7만5000명이 새로 가입했다. 발신만 가능했던 인터넷전화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삼성네트웍스가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화 식별번호인 '070'을 받아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 130년 전화의 역사를 바꾼다=인터넷전화는 13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선전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으로 이전한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인 다산네트웍스는 전화기 숫자가 줄었다. 영업사원들이 쓰는 여러 개의 전화 번호를 하나의 단말기에 세팅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를 새로 달았기 때문이다. 벨 소리를 개인별로 따로 정할 수 있어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를 안다. 인터넷전화는 요금이 싼 게 가장 큰 이점. 특히 시외전화와 국제전화를 걸 때 싸다. 시외전화 요금이 일반 전화는 3분에 250~260원 선인데, 인터넷전화는 시내전화와 동일한 30~40원 선이다. 국제전화의 요금차는 더 난다. 캐나다에 전화할 때 일반전화 요금은 분당 1200원대인데, 삼성네트웍스와 데이콤의 인터넷전화 요금은 50~55원이다.

삼성네트웍스 관계자는 "국제전화를 많이 쓰는 무역.유통업체와 지방에 공장.지사가 많은 업체들이 인터넷전화를 쓰면 통신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미용제품을 수입해 국내 1000여 개 점포에 납품하는 A유통업체는 올 4월 인터넷전화를 설치해 한 달에 수백만원 하던 통신비를 40% 아낀다고 한다.

◆ 인터넷전화 순풍 분다=인터넷전화는 '통신 결합상품'이 나오면 더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결합상품이란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초고속인터넷과 무선랜, 시내전화와 무선랜 등 둘 이상의 서비스를 묶어(bundling) 싸게 판매하는 통신서비스의 하나다. 정보통신부는 KT 등 유.무선 지배적 사업자들의 결합상품 출시를 내년에 허용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앞으로 서비스될 인터넷TV(IPTV) 등과 연계한 여러 부가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070 인터넷전화의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싼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 사업자(인터넷전화 사업자) 간의 줄다리기가 2년 만에 거의 마무리됐다. 인터넷전화는 인터넷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신자에게 받은 요금의 일부를 망을 이용한 대가로 망 사업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동안 이 돈을 얼마로 할지가 정해지지 않아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통화 원가 산출에 애를 먹었다.

◆ 외국선 벌써 인터넷전화 붐=인터넷전화는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에서 더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인터넷전화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10년까지 가정.기업의 유선전화를 모두 인터넷전화로 전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 인터넷전화 장비.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100억 엔의 연구개발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자국 통신시장환경에 맞게 인터넷전화 제도의 정비에 팔을 걷고 나섰다. 사업영역 구분과 식별번호 체계를 재정비키로 한 것이다. AT&T.NTT.BT 등 글로벌 통신 '거인'은 물론 타임워너 등 케이블TV 사업자들도 앞다퉈 인터넷전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별정통신업체나 벤처기업들이 주로 참여하던 예전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업체인 스카이프가 부상하면서 인스턴트 메신저에 전화기능을 붙인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OL.야후.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은 이미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본 시장 선점 포석의 하나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