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科技인재 유출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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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75년 헨체스라는 미국 여대생은 존스 홉킨스대에서 한국 기술인력 유치와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았다.'고급 인력의 유치와 활용-KIST 사례연구'란 제목의 그녀의 논문에서 한국은 '두뇌 유출' 현상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연구 대상이었다.

김성진 초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처음 KIST를 설립할 때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철저한 '연구의 자율성'과 국가발전의 주역이라는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제적 보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기술인 우대 정책'은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 분위기로 연결됐고 80~90년대의 고도성장을 가져온 중요한 동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헨체스 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린다면 박사학위를 도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과기부 자료에 의하면 KIST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50세 연구원이 받는 연봉은 잘해야 변호사 연봉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사회적 영향력 역시 미미하다. 국회의원 2백73명 중 이공계 출신은 18명으로 전체의 6%에 그쳤고, 중앙부처 3급 이상 공무원은 총 1천4백39명의 17%에 불과하다. 소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에 있다. 이공계의 위기는 대한민국호의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징조라고 봐야 한다. 반면 세계에서 셋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 대륙은 지금 자긍심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것은 중국 고위층이 과학기술 마인드로 무장돼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정부도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철학과 의지가 약하다. 핵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러했듯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일이다. 또 생활 속에 과학이 스며들고, 정책결정에 과학기술적 사고가 녹아들어야 한다. 정부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과 함께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갑윤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