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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배터리특허 대기업 이전…영남대, 논문 피인용 2위 [2022 대학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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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수연구 부문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인 진메디신의 연구실. 진메디신은 한양대 윤채옥 생명공학과 교수가 자체 개발 기술로 교내에서 창업했다. 사진 한양대 산학협력단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인 진메디신의 연구실. 진메디신은 한양대 윤채옥 생명공학과 교수가 자체 개발 기술로 교내에서 창업했다. 사진 한양대 산학협력단

지난 2월 한양대(서울)는 국내 대기업에 배터리 기술 특허를 양도하고 수백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았다. 2차전지의 용량과 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하이니켈 양극재 관련 특허다.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할 수 없지만, 국내 대학에서 100억 원이 넘는 기술이전은 매우 드문 사례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기술이전의 비결로 산학협력단의 도움을 꼽았다. 2003년 국내 대학 최초로 만든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부터 2차 전지 분야 선두주자인 선 교수의 기술이전을 기획하고 기업과 협상을 전담해왔다. 변중무 한양대 산학협력단장은 “교수의 연구 결과물을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우리 시대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2022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한양대는 교수연구 부문 5위에 올랐다. 특히 과학기술 교수당 산학협력 수익(2위)과 기술이전 건당 수입액(2위)이 많았다. 실험실의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어 노하우 기술화’ 한국외대, ‘영상 압축 기술’ 경희대

많은 대학이 실용적인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종합평가 대상 45개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액 총합은 2020년 681억원에서 2021년 851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학들이 그동안 소홀했던 기술사업화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어 액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팀이 대한민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에 탑재된 자기장 측정기를 보고 있다. 경희대는 기술 사업화 실적과 논문 성과를 바탕으로 교수연구 부문 7위에 올랐다. 사진 경희대

진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팀이 대한민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에 탑재된 자기장 측정기를 보고 있다. 경희대는 기술 사업화 실적과 논문 성과를 바탕으로 교수연구 부문 7위에 올랐다. 사진 경희대

 한국외대는 이공계 규모가 작지만 외국어 관련 기술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한국외대가 가르치는 45개 언어 중 우크라이나어, 스웨덴어, 이탈리아어 등에 대한 노하우를 공대 교수들이 기술화하는 식으로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네이버와 외국어 사전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업과 협업해 AI가 여러 언어를 구사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경희대도 기술 특허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광훈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고효율 동영상 압축기술 국제표준 특허를 확보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효율 비디오의 압축 능력을 2배로 확장한 기술을 선보여 올해 4월까지 누적 로열티 수익만 53억 원을 기록했다.

연세대, 교수당 교외연구비 1위

연구 경쟁력이 높은 대학은 연구비 지원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분야에 강한 대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서울)는 교수들이 기업, 정부 등에서 수주한 연구비가 크게 늘고 있다. 교수당 교외연구비가 지난 2021년 평가에서 3위였다가 올해 1위로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 사업’에 착수했다. 에너지 소재, 인공지능, 기후위기, 행정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13개 연구팀에게 최장 5년간 125억 원을 지원한다.

연세대는 지난해 평가 대비 모든 학과의 연구비가 상승했다. 김지현 연세대 연구처장은 “교내외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력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다. 연구 과제 수주가 많아지면서 연구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논문당 피인용 TOP3, 세종·영남·광운대

지난달 18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 연구실에서 명승택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산소, 수분 농도 조절이 가능한 연구 상자 앞에 서 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18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 연구실에서 명승택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산소, 수분 농도 조절이 가능한 연구 상자 앞에 서 있다. 편광현 기자

교수연구 부문에서‘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 지표는 논문의 평균적인 질을 측정한다. 논문의 양은 적어도 질이 높은 대학이 상위에 오를 수 있다.

세종대는 2년 연속 논문당 피인용 1위를 기록하며 연구 부문 6위에 올랐다. 논문 수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나노신소재공학, 호텔경영학 분야 등의 성과가 특히 우수했다. 명승택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의 '나트륨 이온 전지의 현재와 미래' 논문, 류기상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 등이 쓴 호스피털리 연구 관련 논문 등의 피인용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

논문당 피인용 2위인 영남대는 박주현(전기공학과), 류정호(신소재공학부) 교수 등 ‘스타 교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영남대 교수들은 학교의 연구지원 제도와 외국인 석박사생 선발을 질 좋은 논문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영남대는 지난해 공학 계열 외국인 교수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이기도 하다. 류정호 교수는 “교내 연구 환경이 좋다. 수준 높은 글로벌 인재가 연구진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논문당 피인용 3위인 광운대는 적극적인 연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SCI, KCI급 논문이 피인용될 때마다 장려금을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박재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연구진과 함께 있는 모습. 박 교수는 체온, 심전도, 맥박을 동시에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멀티센서 패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광운대

박재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연구진과 함께 있는 모습. 박 교수는 체온, 심전도, 맥박을 동시에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멀티센서 패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광운대

중앙대 AI 융합연구…‘AI 영어교육’ 논문도 발표

중앙대는 인문사회 국내논문당 피인용(5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교수 연구 부문 10위에 올랐다. 중앙대는 최근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 연구와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장호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참여한 논문 ‘영어 교과 보조 도구로서의 AI 챗봇 분석 연구’는 인문사회 분야 논문으로는 드물게 국내외 학술지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 교수는 “양보다 질을 강조하는 중앙대 연구 지원 정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장호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 옆에 서있다. 이 교수는 올해에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회과학논문인 SSCI급 논문 9편을 게재했다. 사진 중앙대

이장호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 옆에 서있다. 이 교수는 올해에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회과학논문인 SSCI급 논문 9편을 게재했다. 사진 중앙대

올해 평가에서 논문 관련 지표는 네이버의 글로벌 연구 평가 서비스인 '스칼리틱스(Scholytics)'를 통해 산출했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팬데믹으로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나가면서 국내 의학 분야 논문 비중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며 “올해 평가에서는 의대가 없어도 다른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낸 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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