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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영희 자르려던 노웅래가 결국 사의…민주硏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 플랜 보고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 플랜 보고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노웅래 원장(4선·서울 마포갑)이 지난달 말 당 지도부에 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노 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에게서 반명(반이재명·反明) 그룹을 지칭하는 ‘수박’(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이라 불리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노 원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서 ‘새로운 민주당’을 선언한 만큼, 내가 길을 터주는 게 맞는다고 봤다”며 사의 표명의 이유를 밝혔다. ‘중도실용’, ‘비주류’ 이미지가 강한 노 원장은 송영길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발탁돼, 실제 임기는 내년 6월 초까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노 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궁합이 썩 맞는 편이라곤 할 수 없었다”며 “그동안 지도부 내에서 무언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었는데 버틸 만큼 버틴 것”이라고 말했다.  .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인터넷 웹자보. 사이다 이재명 페이스북 페이지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인터넷 웹자보. 사이다 이재명 페이스북 페이지

이재명 지도부와 노 원장과의 묘한 거리감은 민주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했던 ‘지방선거 평가보고서’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보고서가 지방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지목하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덮어씌우는 ‘수박’ 노웅래 원장은 중도 사퇴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엔 ‘친명계’ 남영희 부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서도, 노 원장은 지도부와는 이견을 나타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노 원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인 30일 오전 남 부원장이 SNS에 “이태원 참사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탓”이라고 적으며 구설에 오르자, 당일 곧바로 지도부에 남 부원장 해촉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노 원장은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하니깐 민주당이 안 된다’며 강경한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여권은 이태원 사태 관련 아무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괜히 민주당이 먼저 나서 책임을 지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논란이 된 게시물을) 올리고 바로 삭제했는데, 더는 문제 될 게 없지 않으냐”(당 핵심관계자)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노 원장의 ‘남영희 해촉’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노 원장이 사의를 표한 게 남 부원장 거취 문제 때문은 아니다. 노 원장은 “지도부에 사의를 전달한 것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전의 일”이라고 밝혔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해당 글은 1시간여만에 삭제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해당 글은 1시간여만에 삭제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노 원장의 이번 사의 표명으로, 민주당은 이달 중 민주연구원장 교체 작업에 들어설 계획이다. 앞서 이 대표는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비롯하여 남영희·현근택·이연희 등 경선 캠프 출신을 부원장단에 대거 발탁했는데, 신임 원장 인선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친명계에서 연구원장을 희망하는 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선 이상 중진으로 발탁하거나, 아니면 지난 총선 당시 양정철 원장처럼, 정무 감각을 갖춘 원외 전문가를 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이 빠짐없이 친명계 인사들로 채워지며, 앞으로 ‘이재명표’ 입법은 물론 22대 총선 선거 전략 마련을 본격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전망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당보조금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정받는 민주연구원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책 연구·개발은 물론, 당 전략 수립을 위한 여론조사 업무도 총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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