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로 바뀌는 소 루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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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담배ㆍ전자제품 가게에선 이미 구매력 상실/내년부터 외국가는 기차표도 달러로만 판매
소련의 루블화가 종이조각이 돼가고 있다.
13일 소련 철도부는 내년 1월1일부터 해외로 나가는 철도노선의 모든 티킷을 달러로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부의 이같은 결정은 곧 항공노선ㆍ호텔투숙ㆍ전자제품 구입 등 모든 영역에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련에서 루블은 담배ㆍ전자제품,소시지 등을 사는데 구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구매력을 갖춘 화폐는 루블화가 아니라 달러라는 것은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피자전문점인 피자헛 같은 곳에서는 루블로 판매하는 매장과 달러로 판매하는 매장 둘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소련의 양식있는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줄서기에 익숙한 소련 국민들이지만 유난히도 추운 금년 겨울에는 그들의 인내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은 11일 모스크바시 의회석상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다음달 1일 또는 내년 1월1일부터 「탈론」이라는 특별쿠퐁을 발행하는 제안이다.
포포프 시장은 탈론을 시민들에게 배부,버터ㆍ보트카 등 주요품목에 수량을 정해 이를 루블로 판매하면 가격과 수량을 통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국인의 투자를 증대시키기 위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최근 루블화 평가절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새 환율은 현재까지는 평가절하액보다 평균 5% 정도 높은 가격인상만을 가져왔다.
주요물품 가격은 평균 3배 이상 올랐으며 공사용 장비,원자재 등 가격도 평균 3배 이상 올랐다.
새로운 환율은 곧바로 루블표시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소련 국내에서는 오히려 인플레만을 유발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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