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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TX 유동성 위기에 8조원 뱅크런…코인 일제히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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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9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이날 오후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9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이날 오후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코인 가격이 내려앉은 것. 경쟁사인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의 사업(미국 법인은 제외)을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불안은 걷히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FTX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우리(바이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FTX.com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구속력 없는 투자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FTX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샘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다.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가치가 오르면서 2021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32위로 유일한 20대이자 최연소 억만장자였다.

하지만 FTX는 흔들리고 있다. 발단은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이하 알라메다)의 재정 부실설이다. 알라메다는 뱅크먼프리드가 FTX를 창업하기 전 설립한 헤지펀드다. 이달 2일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총자산의 대부분이 FTX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인 FTT로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의혹이 커지자 FTT를 보유하고 있던 바이낸스도 손절에 나섰다. 자오창펑 CEO는 7일 “루나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리스크 관리”라며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를 전부 처분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에 동요한 투자자들이 FTX에 있던 가상자산을 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이 벌어졌다. FTX에 따르면 지난 72시간 동안 총 60억 달러(8조19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결국 FTX는 바이낸스에 매각을 제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후 가상자산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선이 붕괴돼, 이날 1만80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FTX가 지분 투자한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이날 주가가 19%나 빠졌다. 국내 일부 거래소들도 자체 개발한 코인을 ‘셀프 상장’하면서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시세조종 등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손질, 거래소의 자체 코인 발행·유통을 금지하기로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표 코인은 도덕적 해이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코인의 위기가 거래소에, 거래소의 위기가 코인에 충격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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