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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셀프 수사’로는 한계”… 민변, '이태원 참사' 법적 조치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태원 압사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10·29 참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각종 증거 보전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대리인 조력 요청과 위임을 받았다"며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상 조사가 끝나는대로 사건 관련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TF 소속 변호사들은 "보고를 받지 못했다"라거나 "보고를 늦게 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경찰 고위 간부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지휘부 책임으로 올라가려면 위험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이들이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 위주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관리관 1명이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진상 조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할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에게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전날 류 총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류 총경이 서울경찰청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창민 변호사는 "(류 총경이) 당시 이태원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몇 년 전부터 경찰이 경비인력을 배치하는 등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예방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점, 사고 당일에도 인파를 통제하지 않은 점 등은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명시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8일 오후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8일 오후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민변은 이 같은 책임을 밝혀낼 수사가 경찰청 특수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서 사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인데, 이 사건 조사 대상인 경찰의 수사와 감찰만으로 규명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도 "인사권이 있는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을 입건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수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참석자들은 경찰 뿐 아니라 용산구와 서울시의 책임도 물었다. 오민애 변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서울시와 용산구가 제대로 안전대책을 세우거나 응급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을 헌법적으로 분석하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현대사회에서 재해는 이미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며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곧 사회 정의"라고 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행이나 행동들이 누적돼 종합적인 재해가 발생했다면, 결국 정책결정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서울시청-용산구청, 경찰청-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정책적인 책임은 이 장관에게 수렴된다"며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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