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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장 침체에도 '초격차' 진격...'8세대 V낸드' 양산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용량인 8세대 V낸드의 양산에 돌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 속에서도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업계 1위 자리를 지켜 향후 다가올 시장 확대 국면에서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7일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존 7세대 제품(176단)보다 더 많이 쌓은 삼성전자 최초의 ‘200단 이상’ 낸드 제품으로 알려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의 층수를 ‘단(段)’이라고 부르는데 200단 낸드플래시는 셀을 200겹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낸드는 셀을 얼마나 더 높이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술 수준이 결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8세대 V낸드는 양산 기준 세계 최고층인 236단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7월 232단 낸드 양산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양산 시점은 내년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함께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함께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낸드 단수 쌓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삼성전자의 경쟁사는 올해 200단 이상 V낸드 기술을 연달아 공개하며 ‘적층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주로 스마트폰이나 PC, 서버(대용량 컴퓨터) 등에 탑재된다. 최근 소비자용 시장 부진 및 재고 조정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패권을 위해 오히려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만년 3위'로 꼽히던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뉴욕 북부에 약 140조원(1000억 달러)을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규모 지원으로 화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8월 발효된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73조원(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차세대 서버 시장과 자동차 전장 시장에 낸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탑재되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지금껏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황 부진 속에서도 별도의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낸드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장 영역은 향후 서버, 모바일과 함께 3대 낸드 응용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 시장의 경우 최근 시스템 수준이 올라간 데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탑재량과 사양도 높아지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차량용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어나 반도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3.3%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SK하이닉스(20.4%), 일본 키옥시아(16.0%), 미국 웨스턴디지털(13.0%)과 마이크론(13.0%)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낸드 시장은 2026년까지 약 151조원(1072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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